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첫째, 핵 무력 매진은 물론이고,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합의하지 않은 자신을 자화자찬한다.
핵을 가졌기에, 핵에 불굴의 의지를 보였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안전하다고 주민을 선전·선동한다, 당연히 하노이 회담 결렬이 세계 최강 미국의 협박에도 굴복하지 않은 자신의 결단임을 자랑한다.
둘째, 우크라이나전 종전이 멀어짐에 따라 러시아로부터 더 큰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에 뛰어듦에 따라 우크라이나전 협상에 쏟을 여유가 없고, 노회한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희망대로 따를 리 없다. 서방 유럽국들도 이래저래 미국·이스라엘을 도울 수밖에 없어,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시간은 자기편이란 생각에 푸틴이 우크라이나전에 전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있다. 또 김정은에겐 무기·장비 수출, 파병 장기화 등 결정적 승리를 위한 요구를 들이밀 수도 있다. 김정은은 기타 공병부대 등 러시아로 향하는 인력 수출도 늘릴 것이다. 종전으로 ‘을’의 위치가 될 뻔했던 김정은, 다시 ‘갑’이 돼 돈도 벌고 푸틴에게 더 많은 군사기술·경제 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
셋째, 이란 무기 시장이 활짝 열렸다.
현 중동전은 탄도탄 싸움이다. 지정학적으로도 그렇고, 미국이 이란 영토에 들어가 지상전 수렁에 빠질 의사가 없다.
이란의 목표는 군사시설물이건 말건, 무차별 폭격으로 피해를 최대화하는 것이다. 이스라엘 방공망을 뚫기 위해, 대공 방어무기를 소모하도록 ‘벌떼 작전’을 펼친다. 탄도탄이건 드론이건 날아가 타격할 수 있는 모든 자산을 동시에 쏘는 ‘포화(saturation) 공격’이다.
문제는 무기인데 자체 생산은 한계가 있고, 결국 수입이다. 북한은 이란과 오랜 탄도탄 기술협력 관계기 때문에 이란의 공급 요청과 화답은 시간문제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보내는가인데, 이란에겐 군사협력은 물론이고 ‘일대일로(一带一路)’에 속하며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중국이 첫 순위이지만, 미국을 의식하고 있는 중국이 대놓고 대량의 무기를 지원하긴 어렵다.
이때 러시아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러시아의 중개로 북한이 이란에 비싸게 무기를 파는 방식이다. 단순히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이란의 상황은 김정은에겐 러시아에 더해 주머니를 크게 채울 큰 장으로 여겨질 것이다.
넷째, 트럼프와의 관계에서 확실한 우위를 선점했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대화를, 그것도 ‘조건 없이’ ‘간절히’ 원한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됐다.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이란에 이어 북한까지 문제 거리로 만들어 힘을 낭비할 수 없는 트럼프다.
미 국민 반 이상이 이란 공습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하루빨리 이란전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혹은 별개로 김정은과 만나 정치적 성과를 얻어야 한다. 11월 중간 선거에서 지면 즉시 ‘레임덕’이다. 연임은 꿈도 꿀 수 없다.
김정은은 이 처럼 갈 길 바쁜 트럼프가 가져올 보따리를 느긋하게 기다리는 중이다. 트럼프의 구애에 퇴짜를 놓고 더 많은 것을 가져오라 압박할 것이다.
다섯째, 자신의 안전을 ‘확신’하며 베네수엘라 마두로·이란 하메네이로 이은 제거 대상, 트럼프 행정부의 ‘까불면 죽는다(FAFO)’는 메시지로 신변 안전에 불안해 한다는 외신에 코웃음친다.
김정은은 미국이 자신에 위해를 가할 수 없다고 ‘단언’ 한다. 전쟁 이후 분단 역사에서 보여준 미국의 행태가 그것을 실증했고,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자신을 받쳐주고 있다.
‘좋은 관계’라 거듭 공언한 트럼프 자신의 말도 공격에 발목을 잡을 것이다. 이런 사태를 예견한 듯 9차 당 대회 결산 보고에서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리유가 없다”(조선중앙통신, 2월 26일)고 한 자신이 대견스럽다.
여섯째, 자신에 대한 공격을 한국도 반대할 것을 ‘확신’한다.
북쪽도 헌법상 한국 영토인데, 한국의 동의 없이 동맹국 미국이 독단적으로 결행할 수는 없다. 단 한 사람도 전쟁을 원치 않는 한국민에 더해, 지금이 어떤 정부인가. 자신과 대화를 위해 ‘평화 공존’을 흔들며 목매는 이재명 대통령·정부 아닌가.
3.1절 기념사에서 “선열께서 간절하게 바랐던 평화와 공존의 꿈을 지금, 여기, 한반도에서부터 실현해 나갑시다”고 한 이재명이다.
조국 독립에 목숨 바친 선열들이 분단된 조국과 동북아 및 세계 국가와의 평화 공존을 원했단 말인가. 할아버지 김일성이 분단 조국을 위해, 한반도 두 개의 국가와 동북아 국가 간 평화를 위해 항일 투쟁을 했단 말인가. 어떻게든 자신의 손을 잡으려 애타게 손 뻗는 이재명을 애처롭게 볼 김정은이다.
일곱째, 한국 ‘정벌’ 구상에 힘을 얻는다.
누차 강조하지만 ‘2민족·2국가’ 주장이 전 한반도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화 포기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통일의 대상이 아니다. 쓸어버릴, 없애 버려야 할 정복의 대상으로 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미국의 이란 공습은 모두 핵보유국이 비핵국가를 대상으로 한 전격전이다. 재래식 탄도탄으로 상대를 일거에 불바다로 만들고 궤멸시켜, 유리한 고지에서 상대를 협상장에 나오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관건은 단숨에 넓고 깊은 파괴다. 이란이 벌떼 공습으로 이스라엘 방공망을 뚫은 것을 눈여겨보는 김정은이다. 특히 북한의 지원으로 만든 탄도탄의 유효성을 분석해 고도화하고, 역시 유사시 가진 모든 비행 자산을 활용해 남쪽의 주요 거점을 기습적으로 타격할 것이다.
이스라엘보다 훨씬 쉽다. 남쪽이 천궁, 신궁, 천광, 패트리어트 등 대공 방어무기를 가졌다 한들, 북한이 가진 초고고도·고고도·중고도·저고도의 다층 탄도탄·방사포·드론 등을 모두 방어할 수 없다. 벌떼 공격 대응으로 개전 순식간에 방어무기들이 모두 소진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이스라엘·이란 전황을 교훈 삼아 남쪽이 방어막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정상인데, 현 정국상 그럴 형편이 아니다. 우선 미군에 의지해야 하나, 사드(THAAD) 배치에서 나타난 국민 저항이 보여주듯이, 방공망 구축을 위한 추가 미군 무기·장비 도입, ‘미사일 방어(MD)’ 체제 편입 등 모두 여의치 못하다.
남쪽은 IT 최선진국이 아닌가. 거점 몇 곳에 몇 발의 포탄만 작렬해도 사회 네트워크가 마비될 것이다.
더욱이 남쪽에는 ‘김정은 위인 맞이 환영단’이 자생하는 등 우군 세력도 득실하지 않은가. 이들이 ‘사보타주’를 벌일 개연성도 염두에 둔다.
초기 전격적 파괴에 이어 미군 증파, 일본 개입은 핵무기로 위협해 억제할 것이다. 이성적 인성이 아니라, 무슨 짓이든 거리낌 없이 하는, 예측불허 독재자임을 평소에, 지난 14년간 김정은이 확실히 보여준 것도 미·일이 개입을 주저하게 만든다.
우방국 우크라이나 참상에도 병력은커녕 무기조차 보내지 않은 한국이다. 6.25 전쟁과 같은 상황이 다시 일어난다 해도, 그 한국을 위해 어느 국가가 병력 파견이란 무리수를 감행할 수 있을까.
김정은, 구멍이 뻥뻥 숭숭 뚫린, 난리통 정국의 한국을 언제 어떻게 요리하나 다듬고 있다.
김정은, 이재명 대통령 이상으로 행운을 누린다.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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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손기웅 한국평화협력연구원장·전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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