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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헤어질 결심', 마침내 무너지고 깨어짐


입력 2022.06.29 10:23 수정 2022.06.29 23:38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

의심과 관심, 심장과 마음, 붕괴와 사랑, 그리고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은 안개처럼 모호하다. 연속적으로 등장하는 의중이 묘한 단어와 장면들은, 안개 속을 들여다볼 때 비로소 진심이 보인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멜로 영화다.


영화는 서래 남편의 변사 사건으로 시작된다. 형사 해준은 미망인이 됐지만 웃음을 짓고 남편의 죽음을 '마침내'라고 표현하는 서래가 자꾸만 신경 쓰인다. 한도수의 사망사건의 정황은 용의자를 서래라고 가리킨다. 형사가 하는 일이 용의자를 관찰하는 일이듯, 하루종일 서래를 생각하고 질문한다. 마치 사랑에 빠진 사람의 일이다. 마침내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포기하고 손끝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해준은 우리가 생각하는 거친 형사가 아니다. 외모부터 일처리까지 단정하고 깔끔하다. 그리고 서래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 깊게 그에게 빠져든다. 붕괴된 마음 속에서 나오려고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영화는 전반부는 해준의 시점, 후반부는 서래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은밀하게 다가간다. 해준이 잠입수사를 핑계로 서래의 집 앞에서 그를 훔쳐보는 장면은 관객도 함께 관음하는 인상을 준다. 감정이 깊어져도 섣불리 사랑을 말하거나 입술을 포개지 않는다. 미묘한 눈빛과 표현, 그리고 아리송한 단어가 오간다. 자극적인 장면도 없다. 두 사람의 모호함 속에서 이어지는 관능적인 표현 해석은 관객들을 어느새 영화에 참여하게 만든다.


의심이 관심이 되고, 관심이 다시 의심이 되는 순간, 해준은 아내 정안(이정현 분)이 있는 이포로 이사를 간다. 이포는 안개가 많은 곳이다. 우연히 만난 서래는 정안에게 "안개 때문에 이 곳에 왔다"라고 말한다. 정안은 안개는 이 곳을 떠나게 하는 이유지, 오게 만드는 이유가 아니라고 그의 의중을 의심한다. 이 안개는 서래에게 해준을 의미한다. 이 점을 인지하고 해준과 서래의 대사를 본다면 중의적 의미를 음미할 수 있다.


중의적 의미는 영화에 다수 포진돼 있다. 누군가는 청록색을 보고 파란색이라고 하고 초록색이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해준과 서래의 관계는 이처럼 계속 시각에 따라 슬며시 색의 온도가 변한다.


두 사람은 왜 '헤어질 결심'을 했을까. 그리고 '헤어질 결심'은 이뤄졌을까. 어쨌든 서래는 해준이 영원히 풀 수 없는 미결 사건이 됐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으로 제 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29일 개봉. 러닝타임 138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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