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물가로 23년 만에 인플레 ‘최고’
성장 둔화 감수해도 물가 잡겠다는 의지
“경제부처간 긴밀한 정책 협조 중요해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고통에서 벗어나 활기를 찾나 싶었던 국내 경제가 ‘고물가·고금리’라는 이중고에 시름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의 도시 봉쇄조치라는 글로벌 리스크는 경기 성장세 내리막을 부추기고 있다.
시장은 한국은행이 최악의 물가를 잡기 위해 오는 13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은 창립 72년 간 단 한 번도 밟아본 적 없는 새로운 길에 대한 불안을 내비치고 있다.
소비자 물가 6% 시대…정점은 아직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로 전년 동기 대비 6% 급등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코로나19에 따른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영향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막히자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6% 소비자물가는 외환위기였던 지난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4월 4.8%에서 5월 5.4%를 넘어서며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같은 날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고유가 지속, 거리 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 증대와 전기료·도시가스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도 물가가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의미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는 점도 염려스러운 대목이다. 한은이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6월 기대인플레이션은 3.9%로 전월(3.3%)에 비해 0.6%p나 올랐다. 이는 지난 2008년 관련 통계 작성이래 최대 상승폭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으면 임금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임금이 상승하면 시차를 두고 다시 물가도 오른다.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돼 한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
빅스텝 충격…韓 경제, 견딜 수 있나
한은은 이같은 고물가의 고착화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당분간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이유로 오는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서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관건은 우리 경제가 한은의 ‘빅스텝’을 견딜 수 있는 펀더멘탈(기초체력)을 갖추고 있냐는 점이다.
현재 추세라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과 마찬가지로 7~8%대의 물가 상승률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기업 체감 경기는 3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됐고 저소득·저신용·다중채무자들의 가계부채 연쇄 부실 가능성도 현실화되고 있다.
빅스텝에 따른 경기침체 부작용 우려도 거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스티커 쇼크와 과잉대응’이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만약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높아질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취약 차주의 디폴트는 물론 가계 부문 전반의 구매력이 약화되면서 한국 경제가 소비 침체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고물가 고착화 방지 목적의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경제 부처 간 긴밀한 정책공조와 물가 급등 품목에 대한 시장 수급 상황 개선에 주력하고 대응 여력이 취약한 중소·중견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빅스텝 초읽기③]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