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희 이어 무려 40년 만에 WTA 대회 정상
메이저대회 윔블던 본선 탈락 아쉬움 달래
‘한국 여자 테니스의 희망’ 장수정(27·대구시청)이 생애 첫 여자테니스협회(WTA) 대회 정상에 등극했다.
‘세계랭킹 155위’ 장수정은 지난 9일(한국시각) 스웨덴 베스타드에서 펼쳐진 노디아오픈(총상금 11만 5000달러) 여자 단식 결승에서 리베카 마사로바(146위·스페인)를 2-1(3-6, 6-3, 6-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마사로바 강서브에 밀려 이번 대회 처음으로 1세트를 내줬지만, 이후 상대 서브 게임을 잇따라 브레이크하면서 흐름을 돌린 뒤 3세트에서는 상대를 완파했다. 메이저대회 윔블던 예선 결승 3회전서 져 본선 진출에 실패했던 장수정은 이번 우승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한국 선수로는 1982년 이덕희의 WTA 포트마이어스 오픈 이후 무려 40년 만의 WTA 대회 우승이다. 2017년 하와이오픈(호놀룰루) 준우승을 뛰어넘는 커리어 사상 최고의 업적이다. 2000년대 들어 조윤정(현 코치)이 WTA 투어 단식에서 세 차례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준우승에 만족했다.
상위 랭커들을 거푸 밀어내고 준결승에 안착했을 때, 최근 흐름이 좋아 우승에 대한 기대가 컸다. 지난 1월 호주오픈 예선에서 3연승을 거두고 생애 첫 메이저 대회 본선에 진출한 장수정은 지난 4월 국제테니스연맹(ITF) 대회에서는 단식과 복식 모두 우승을 차지한 뒤 결국 WTA 대회 첫 우승을 일궜다.
장수정은 우승을 확정한 뒤 현지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바람이 강해 힘들었는데 (WTA 대회에서)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게 돼 정말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장수정이 우승한 WTA 125K시리즈는 WTA 투어보다 한 등급 낮은 대회지만, 주로 뛰었던 국제테니스연맹(ITF) 서킷대회보다는 등급이 높다. 될 듯 될 듯하면서도 되지 않았던 한국 여자테니스는 장수정의 활약으로 다시 한 번 자신감을 충전했다. 한국 테니스에 긍정의 바람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긍정의 바람은 또 불어왔다. 테니스 유망주 조세혁(14)이 올해 신설된 윔블던 테니스대회 14세부 남자 단식에서 우승했다. 조세혁은 10일(현지시각)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14세부 남자 단식 결승에서 포핸드 스트로크를 앞세워 커렐 오브리엘 은고노에(미국)를 2-0으로 눌렀다. 개막 전 목표로 했던 4강 이상의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