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40여 명 참석…안철수 존재감 확인
인수위 출신 패널 섭외로 차별화
권성동·김기현·정진석 등이 직접 축사
당권 경쟁 앞둔 세력화 시도 분석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주최한 민·당·정 토론회에 현역의원 40여 명이 참석하는 등 문전성시를 이뤘다.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안 의원이 공부모임 등을 통해 당내 세력화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영향력 확대를 위한 움직임으로 보면서도 '공부모임 자체는 장려해야 할 일'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안 의원 측에 따르면, 이날 '글로벌 경제위기와 우리의 대응방향' 민·당·정 토론회를 시작으로 약 5주간 매주 한 차례 세미나를 연속으로 진행한다. 안 의원은 "정권 취임 100일 이내 시작을 못한 일은 5년 내내 못한다는 말이 있다"며 "8월 말이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인데 그때까지 주요 국정 어젠다 세팅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골든타임"이라고 토론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화려한 패널을 섭외하며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출신 인맥도 과시했다. 김형태 김앤장 수석이코노미스트,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가 민간 측에서 발제를 맡았고,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 정대희 KDI 글로벌 경제실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인수위에서 직책을 맡았거나 자문 역할을 했었던 인사들이다.
안 의원은 "앞으로 세미나 시리즈의 참여자나 토론자, 발제자 모두 인수위에서 일했거나 자문했던 분들로 모셨다"며 "이 시점이 윤석열 정부 성공의 분기점이라고 생각하고 당과 대통령실이 원팀으로 뭉쳐서, 다시 인수위 시즌 2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하면 국민적 신뢰와 기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을 비롯해 정진석 국회부의장, 조수진·배현진 최고위원, 김기현 전 원내대표, 정우택 의원, 조경태 의원 등 당 지도부와 소속의원 40여 명이 참석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여기 온 의원님들만 봐도 정책의원총회를 온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라고 평가했다.
축사에 나선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경제로 실패한 대통령은 경제로 심판받고, 경제를 잘한 대통령은 정치로 심판받는다는 미국 정가 속담이 있다"며 "선거라는 게 이래저래 심판을 받지만 경제를 잘못해서 심판받는 집권여당은 이래저래 국물도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회복을 못하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려운데 안 의원이 정말 값진 세미나를 개최했다"며 "지금이야말로 민생과 경제 정책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격려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차기 당권을 노리는 안 의원이 세미나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고 세력화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지난달 장제원 의원이 '미래혁신포럼' 재가동에 나섰고, 비슷한 시기 김기현 전 원내대표도 공부모임 '새미래'를 출범한 뒤 오는 13일 두 번째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다만 공부모임 형태의 경쟁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권성동 직무대행은 축사에서 "김기현 전 원내대표가 하는 공부모임, 장제원 의원의 공부모임, 안철수 의원의 공부모임 또 앞으로도 우후죽순 격으로 공부모임이 탄생하지 않겠느냐"며 차기 당권 주자들을 일일이 호명한 뒤 "분야를 다양화해서 정치개혁, 사회복지개혁, 경제개혁 등 계속했으면 좋겠다. 적극적 참여를 권유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 전 원내대표는 "기념사진 찍은 것을 보면 의원님들 주최하는 행사의 90%에 제 사진이 있을 것"이라며 "참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의정활동"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세력화 시도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정치인의 모든 행동은 다 정치적인 것"이라면서도 "의정활동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