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집단식중독 여파로 여름철 김밥에 대한 공포심 커져
치솟은 식자재 가격에 원가 압박도…김밥 가격 1년 새 약 8%↑
“뉴스에서 식중독 얘기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해요. 우리 가게 문제가 아니라도 그런 사건 터지면 바로 손님이 줄어요.”(을지로역 인근 한 분식집 관계자)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외식업계가 다시 긴장하고 있다. 작년 이맘 때 발생한 프랜차이즈 김밥 식중독 사고로 수백명이 피해를 입으면서 여름철 김밥에 대한 공포가 짙게 드리워진 탓이다.
가뜩이나 식재료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손님마저 줄면서 일부 자영업자들은 “앉아서 폐업당하게 생겼다”는 하소연까지 하고 있다.
12일 서울 을지로입구역 상가에서 김밥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사장은 “아침마다 김밥을 한줄씩 사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았는데 요즘엔 많이 줄어든 편”이라면서 “여름철이 비수기이긴 하지만 작년 보다 올해 더 손님이 줄어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전에는 아침마다 20~30줄씩 만들어놨는데 여름에는 위생 문제도 있고 해서 10줄 안쪽으로 준비한다”면서 “물가가 올라서 그런지 아침 보다는 점심 때 김밥을 사가는 직장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가 가게에 머문 오전 10시30분부터 11시20분까지 다녀간 6명의 손님 중 김밥을 주문한 손님은 1명 뿐이었다. 나머지는 비빔밥, 라면, 국수 등 다른 메뉴를 주문했다.
김밥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여름철은 공포의 기간으로 통한다. 기본적으로 무더위가 지속되는 여름철에는 매출이 감소하는 데다 식중독 같은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작년 일부 김밥집에서 발생한 대규모 식중독 사고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된 영향도 크다. 당시 300명 가까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었고, 피해자들의 집단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근에도 제주의 유명 김밥집에서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해 수십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을지로역 인근의 한 분식집 관계자는 “나만 잘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전국 어디서라도 누가 김밥 먹고 탈이 났다고 하면 거짓말처럼 다음날부터 김밥 매출이 줄어든다”면서 “구청에서 단속, 지도도 나오고 우리도 더 신경을 쓴다. 올해는 조용히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 들어 가파르게 상승한 식재료 가격에 대한 걱정도 큰 상황이다. 김밥에 들어가는 재료가 다양하다 보니 가격 인상 압박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 포털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평균 김밥 가격은 2946원으로 작년 7월 2731원 대비 7.9% 올랐다. 월별로 보면 작년 7월부터 12월까지는 변동이 없다가 올 1월부터 5월은 빼고는 매월 가격이 올랐다.
이날 시청역 주변과 을지로와 명동 일대 김밥집 10여곳을 돌아본 결과 일반 김밥의 가격은 보통 한 줄에 3500원 수준이었다.
식당업주들은 속재료를 빼기 보다는 단가가 낮은 재료로 변경하는 방법 등으로 가격 상승분을 상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청역 근처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업주는 “일반김밥은 재료가 뻔하다 보니 뭐 하나 뺄 수가 없다”면서 “쌀이나 햄 같은 재료를 좀 더 싼 걸로 바꾸거나 포장 시 단무지를 따로 제공하지 않는 방법으로 비용을 줄이고는 있는데 물가가 계속 오르니 이것도 벅찬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3000원씩 팔다가 두 달 전에 500원을 올렸는데 가격을 또 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오던 단골 손님들마저 잃을 수 있다”며 “여름철에는 손님도 줄고 해서 한 두달 가게 문을 닫고 싶지만 그래도 임대료는 내야 하니 그마저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