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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검찰 머리 위에서 노는 박지원


입력 2022.07.19 04:04 수정 2022.07.18 08:50        데스크 (desk@dailian.co.kr)

맨홀에 미끄러진 산책 낙상 사고 묘한 우연의 일치

평생 사람에 충성한 그의 수준이 대한민국 수준

퇴물 정치 9단의 허풍과 조롱에 속수무책 안 된다

자기는 멋대로 기밀 누설, 검찰발 뉴스엔 “안보 자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2021년 8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개인과 단체에 대한 국정원의 사찰 종식을 선언 및 과거 불법 사찰에 대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박지원이 산책 중 맨홀에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해 입원했다고 스스로 알렸다.


“수일 내 수술을 한다면 약 1개월 반의 치료가 필요하다니 여러 가지로 재수 없네요.”

80대 유명 정치인의 낙상사고에 위로를 보내지만,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그 타이밍이 정말 묘하고 ‘재수 없다’는 말도 걸린다. 한 달 반은 민주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딱 끝나는 기간이다.


‘재수 없다’가 복숭아뼈 등이 깨진 횡액(橫厄)과 국정원장 재직 시절 일로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출국금지 조치를 받은 사실을 동일시한 표현이라면, 이건 문제가 있다. 그는 공직을 맡아서는 안 될 인격과 직업관의 소유자임을 고백한 것이다.


박지원은 사람에 충성하며 50년 정치 인생을 살아온 인물이다.


30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80년대 초 가발, 피혁 제품 수출 사업으로 맨해튼에 건물 5채를 살 만큼 부자가 돼 뉴욕 한인회장이 됐다. 그의 꿈은 한국 정계 진출……. 전두환 동생 전경환과 통하며 민정당에 입당까지 했으나 재외동포 신분 때문에 전국구 의원 공천이 좌절됐다고 나무위키는 기록하고 있다.


이후 바꿔 잡은 줄이 미국에 망명 중이던 김대중이었다. 전남 진도 출신으로 목포에서 고교를 다닌 그는 1992년 민주당 전국구 당선으로 꿈을 이뤘다. DJ의 최측근이 돼 청와대 왕실장(비서실), 국민의정부 왕장관(문화관광부)으로 불렸다.


그의 특기는 물불 안 가리는 충성심이다. 기자들과 밤새도록 술자리를 하고 잠깐 눈 붙인 다음 DJ에게 이른 아침 보고를 하는 일정을 하루도 거르는 법이 없었는데, 한 보수 언론사 정치부원들과 술을 먹다 부장 앞에서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는 전설도 있다. “우리 DJ 선생님을 앞으로 잘 봐 주십시오”라고 부탁하며…….


문재인은 박지원의 이런 충성심과 대북 관련 능력(김대중 정부 북한 송금 사건 특검으로 징역 생활)을 높이 샀는지 임기 후반 느닷없이 그를 국정원장에 앉혔다. 그는 이에 감읍, 민주화 시대 장관급으로는 길이 남을 소감과 각오를 남겼다.


“역사와 대한민국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님을 위해 애국심을 가지고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 제 입에서는 정치라는 정(政)자를 올리지도 않고 국정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국정원 개혁에 매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정말 정치를 안 하고 국정원 개혁에 매진했나? 국민들 기억 속에 그가 약 2년간 원장으로서 한 일이라고는 한 젊은 여성 정치 지망생과 고급 호텔 일식당에서 만나며 윤석열의 여당(민주당) 정치인 고발 제보 사주(唆嗾)를 했다는 의혹 정도다.


반(反) 개혁적 행동을 한 사실도 원장 교체 후에 드러나고 있다. 북한군에 피살, 소각된 사건을 월북으로 몬 문재인 청와대 뜻에 맞춰 반대 정보를 삭제해 버린 증거를 친정에서 발견해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자 그는 국정원과 검찰을 도리어 나무랐고, ‘나 잡지 말고 물가나 잡으라’며 대통령 윤석열을 조롱했다.


“나 잡다가 대한민국 경제 망한다. 윤석열 대통령께서 처음으로 민생경제대책위원회인가 그걸 했는데, 이런 것을 계속해서 경제와 물가를 살리고 잡아야 한다. 박지원 잡으려고 해봐야 잡힐 박지원도 아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불안했는지 윤석열에게 아부 발언을 쏟아내던 그였다. 수사 얘기가 나오니까 이렇게 금방 돌아섰다. 그 다운 표변(豹變)이다. 대북 송금 사건으로 수사 받으면서 검찰의 수를 읽는 경지에 도달하기라도 한 듯 훈계도 했다.


“정보기관의 존재 이유를 무력화하는 안보 자해 행위다. 국정원 업무를 검찰이 수사한다는 것은 세계적 조롱거리다. 이렇게 해서 남북관계를 또 파탄 낸다면 세계가 우리를 어떻게 판단하겠나? 언론에 한 건씩 흘려주는 것은 국가 기밀을 스스로 누설하는 못된 행위다. 내가 방어권을 행사하면서 혹시라도 기밀 사항을 말한다면 나라가, 안보가 어디로 가겠나? 의혹이 있다면 언론 플레이보다 수사로 사실을 밝혀야 한다.”

그 자신이 이미 기밀을 누설했다. 윤석열을 겁주기 위해서였는지 원장 퇴임 후 X파일 존재 사실을 밝힌 것이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장이었다는 자가 말이다.


“국정원에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등 우리 사회의 모든 분들 존안 자료 ‘X파일’ 60년 치를 만들어서 보관하고 있다. ‘어디로부터 돈을 받았다’, ‘어떤 연예인과 썸씽이 있다’ 이런 것들인데, 공개되면 이혼당할 정치인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X파일도 있다.”

동네 어린이가 자기 집에 뭐가 있다는 것을 자랑하는 식이다. 국정원이 초라하고 나라가 부끄러워진다. 이렇게 가벼운 이를 중용한 문재인의 수준이 새삼 의아스럽다. 사람에 충성하는 박지원 같은 부류나 그가 80세까지 득세하는 대한민국이나 수준은 매한가지다.


그의 큰소리, 허풍은 갈수록 톤이 높아져 누가 수사 대상인지 헷갈릴 정도다. 박지원은 과연 ‘정치 9단’이다. 언론 보도만으로는 그가 결백하고 검찰, 국정원, 윤석열이 바보짓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과 국가 중추 기관들 머리 위에서 놀고 있다.


“출국금지 소식을 기자들 전화로 알았다. 난 해외여행 일정이 없다. 검찰이 계속 코미디를 한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만큼 박지원은 비겁하지도 않고 겁쟁이도 아니다. 검찰의 보여주기식 뒷북치기는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정부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퇴물 정치인 한 사람이 나라의 물을 흐리고 있다. 지난 정권들에서 그를 수사하려고 할 때마다 반복되었던 미스터리다. 그는 완벽한 증거 인멸 프로인가, 검찰의 약점을 꿰고 있는 선수인가? 검찰 출신 윤석열 정부 역시 이 프로 선수에게 놀림만 받고 속수무책으로 손을 탈탈 털게 될 것인지 박지원 수사를 구경하는 맛이 이번에는 특별하다.


한낱 아첨꾼, 간신배에 불과한 사람이 나라의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서 농단(壟斷)을 저질렀다면 그에 맞는 처벌이 내려져야만 한다. 아래 인용한 그의 천박한 철학은 놀라움과 쓴웃음을 자아낸다. 오직 사람에 충성해온 ‘요물’(妖物)의 50년 정치 인생 막이 그의 눈앞에서 내려지고 있다.


“나한테 못 당하니까 요물이라고 하는 거다. 정치인은 천의 얼굴을 가져야 한다. 또 정적을 폄훼해야 할 때에는 사정없이 해야 한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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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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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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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jm 2022.07.19  02:52
    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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