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과거 삭감분 3% 복구 검토
억대 연봉이지만 낮은 인상률 불만
한국은행의 올해 연봉 인상률이 1.2%로 결정됐다. 당초 예상치인 0.9%보다는 소폭 올랐으나, 한은 내부에서는 물가안정 목표치(2%)에도 그치지 못한다는 자조섞인 반응이 나온다. 올해 공무원 임금인상률은 1.4% 수준이다.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한은의 급여 수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 제기된 만큼, 처우개선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내년도 연봉인상률도 상승폭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19일 한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한은의 올해 연봉인상률을 1.2%로 확정했다. 한은법에 따라 예산 중 급여성 경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예산에 대해서는 기재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해당년도 연봉인상률은 직전년도 4분기에 의결한다. 기재부는 지난해 12월 말 한은의 연봉인상률을 결정했으며, 내년도 인상률은 오는 4분기에 논의될 예정이다.
한은의 임금인상률이 도마위에 오른 것은 ‘중앙은행’이라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타 금융공기업이나 민간기업에 못미친다는 지적 때문이다. 한 때 ‘신의직장’, ‘철밥통’이라 불렸던 한은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지만,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근무 여건으로 금융권 취업 선호도가 여전히 높다. 특히 한은의 입사 시험은 그 위상에 걸맞게 거시경제 및 국제 금융 등의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등 최고 난이도를 자랑한다. 명실상부 최고 우수 인재들의 집합소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공공기관 선진화 방침에 따라 임금을 5% 일괄 삭감했고, 매해 연봉 인상률이 0~2%대에 그쳐 왔다. 금융감독원의 경우 지난해부터 임금 삭감분 4.5%를 2개년에 걸쳐 정상화하기로 했는데, 한은은 아직도 삭감분을 회복하지 못했다. 한은 임금인상률은 ▲2018년 1.6% ▲2019년 0.8% ▲2020년 2.7% ▲2021년 0.7% 이다.
한은 인사국 고위관계자는 “올해 연봉인상률은 당초 인상률인 0.9%에 미복원 삭감분 0.3%p를 더해 1.2%에서 결정됐다”며 “남은 삭감분 3% 지급 여부는 기재부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은은 2014년, 2018년 감사원 지적사항으로 제기된 복지제도를 축소하는 대신 임금 정상화에 나서기로 한 바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은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34만원이다. 2020년을 기준으로 하면 평균 연봉 1억61만원 대졸 초봉은 4900만원 수준이다. 다른 곳과 비교하면 산업은행(1억1200만원), 기업은행(1억713만원), 금융감독원(1억658만원), 수출입은행(1억451만원)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신입 초봉을 놓고 단순 비교하면 대기업 평균 초봉(4130만원)보다는 높다. 다만 2년간 증시 호황으로 연봉을 두둑히 챙긴 증권사 등 민간 금융사와 대비하면, 2030대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른 한은 직원들의 이탈도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지난 10년간(2012~2021년) 한은에서 중도 퇴직한 직원은 311명으로 이 중 MZ세대가 135명으로 파악됐다. 대부분 성과에 따라 고연봉을 주는 민간 금융사나 증권사로 자리를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에도 직원 6명이 한 번에 나가며 내부가 술렁이기도 했다.
한은의 급여 및 복지체계는 총재들이 해결해야 할 숙원 과제로 자리잡기에 이르렀다. 지난 3월 퇴임한 이주열 전 총재는 송별간담회에서 “임금 수준과 관련해 직원들이 불만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며 “재임 중 이를 개선하지 못해 아쉽고 직원들에게도 미안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창용 총재 또한 후보자 시절 국회 인사청문회에 제출하는 답변을 통해 “한은을 우리 경제를 잘 아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며 ”직원들의 처우도 이에 걸맞은 수준이 적절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희준 한은 노조위원장은 “늦게나마 삭감분 정상화가 이뤄지는 점은 다행스럽다”면서도 “올해 연봉인상률은 물가 상승률에 못미치고, 삭감분을 받더라도 과거 시간에 대한 복리효과는 잃어버린 점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산은 기재부의 승인이 필요하더라도 총재 역량에 따라 처우 개선은 빠르게 이뤄질 수도 있다”며 “연봉·복지 등 조직문화 개선에 좀 더 신경써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