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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최동훈 감독 "'외계+인'의 운명, 관객들이 정해줄 것"


입력 2022.07.25 07:57 수정 2022.07.25 07:57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2부 2023년 개봉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도둑들', '암살'까지 흥행불패를 이어온 최동훈 감독이 '외계+인'으로 7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했다. '외계+인'은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로, 1부와 2부로 나뉘어 동시 제작됐으며 지난 20일 1부가 관객들과 만났다.



'외계+인'은 한국의 도술과 SF 물이 타임슬립이라는 장르로 만난 독창적인 작품으로 1부에만 330억이 투자됐으며 368일 동안 촬영이 진행됐다. 낯선 조합들이 최동훈 감독의 상상력 아래서 어떻게 스크린에 구현될지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외계+인'은 많은 관객들 사이에서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렸다. SF, 코미디, 무협, 휴머니즘 등 다양한 장르가 더해져 볼거리가 풍성한데 반해, 하나로 융합된 느낌이 적었다는 평들이 잇따르고 있다.


"'외계+인' 시나리오를 쓸 때는 범죄 영화를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었어요. 무엇보다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한국에서는 이런 영화가 지금까지 없었는데 낯설게 보더라도 한 번도 보지 못한 구성과 느낌이 관객들에게 새로운 인상과 호기심을 주지 않을까란 믿음이 있었어요."


최동훈 감독은 현재와 고려 시대를 오가는 타임슬립을, 수많은 타임슬립 영화들과 다르게 풀어나가고 싶었다. 교차 편집을 활용한 다른 영화와 달리 동시에 사건을 진행했다. 이는 관객들이 최대한 쉽게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도록 연구한 지점이었다.


"현대와 과거를 어떻게 이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시간 순서대로는 풀기 싫었어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들까를 고민하며 구조를 짰죠. 미스터리가 뒤쪽에서 풀리는데, 전 이 방식이 흥미롭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대중 영화에서 쓰이지 않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이 스토리는 이 플롯으로 가야만 할 것 같았거든요. 현재와 과거가 번갈아 나오며 관객들이 추측을 하고 개입하며 보길 바랐어요. 지금 나오고 있는 현대의 시간이 실제로는 고려 시대 속 사건보다 더 관건인 셈인데, 이 설정이 제게는 매혹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이 작품은 1부와 2부가 동시에 제작됐다.'외계+인'이 흥행을 거두면 자연스레 2부에 대한 흥행이 보장되지만, 관객들의 외면을 받는다면 2부 역시 성공할 확률은 적어진다. 보통 전편이 좋은 반응을 얻어 에피소드를 달리해 속편이 제작되는 사례와 비교해 위험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1부와 2부는 하나로 연결된 서사였고 조금 더 많은 분량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이걸 한 편의 영화로 담기엔 복잡하고 양이 많았는데 제작사에서 두 편을 연작으로 찍어 새로운 시도를 하자고 제안했죠. 이것 또한 재미있는 작업이 되겠다 싶었어요. 선행되는 조건은 1부 만으로도 하나의 완결된 스토리처럼 보이길 바랐어요. 그 지점이 연출을 하면서 가장 힘든 지점 중 하나였습니다. 1부의 엔딩을 어떻게 끝내야 할지 고민 많았어요. 그래서 모험극이자, 하나의 미스터리를 남겨놓는 드라마 형식으로 마무리를 했죠."


'외계+인'은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등 젊은 배우들이 끌어간다. 전작들에 비해 한층 연령층이 낮아져 영화의 활력을 더했다. 최동훈 감독은 세 배우들에게 어떤 시너지와 충돌을 바랐을까.


"김우빈 씨가 연기하는 가드는 하나의 인물이지만, 임무가 균열되어가는 과정 속에 있고, 김태리 씨는 자신 만의 상처와 더불어 사명감이 있는 캐릭터죠. 류준열 씨는 일종의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는 인물이고요. 각각 다른 입장을 가진 세 명의 존재가 다른 사고 방식으로 사건이 휘말리길 바랐어요. 실제로 배우들이 현장에서는 많이 만나지 않았어요. 스쳐 지나가면서 만들어내는 찰나의 인연이 잘 보여졌으면 했어요."


무륵(류준열 분)은 부채, 이안은 권총을 무기로 신검을 차지하려는 이들과 맞선다. 이들의 무기는 각자의 캐릭터를 대변해 주는 역할을 한다.


"시나리오 쓸 때의 단상을 꼽으라고 한다면 과거에 어느 여인이 태연하게 마치 그 시대 사람처럼 갑자기 총을 꺼내는 것이 첫 이미지였어요. 시대에 맞지 않는 소품을 가지고 있단 점이 흥미로웠죠. '도술이 뭘까' 고민하다가 영화의 개념을 잘 설명해 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접으면 간다하고 작아보이지만 펼치는 순간 공간이 넓어지죠. 부적도 후보에 있었지만 동양인이 다 쓰는 것 말고 우리나라만이 가진 독특한 물건이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배우 염정아와 조우진은 각각 신선 흑설과 청운으로 등장해 극의 코미디를 책임진다. 두 사람은 신선한 비주얼과 대사 톤, 그리고 서로 주고받는 케미스트리로 극의 또 다른 핵심 키를 쥐고 있는 동시에 환기를 담당한다.


"염정아 씨와는 세 번째 작품이었어요. 데뷔작을 함께했으니 제가 서툴던 시절도 다 기억하고 있는 배우죠. '전우치' 때 많지 않은 분량이었지만, 정아 씨의 말맛을 보고 굉장히 놀라웠어요. 수수하게 뒤틀린 코미디를 매우 잘한다고 생각했죠. 염정아 씨를 떠올리며 시나리오를 썼는데 저 혼자 웃으면서 썼어요. 그리고 여기에 흑설과 같이 다니는 신선을 붙여주고 싶었습니다. 다른 배우와 잘 섞이는 조우진 씨가 하면 재미있는 조합이 될 것 같았죠."


'외계+인'은 그 동안 최동훈 감독의 작품들과 색은 다르지만 코미디를 유지한다는 공통점은 유지했다. 최동훈 감독에게 작품에서의 코미디는 어떤 장치를 의미할까.


"저는 코미디언들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남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건 굉장히 멋진 일이죠. 드라마 안에서 숨통을 틔워주기도 하고, 바삐 흘러가는 스토리 속에서 한 번쯤 재정비 할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넘치면 안되기 때문에 선을 찾아가는 게 힘들어서 배우 연기력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작품 속 현대 시대는 이안(최유리 분)의 시선으로 세계관이 전달된다. 세계관의 비밀을 몰랐지만 가드와 썬더를 알아가는 이안의 눈이 마치 관객과도 같다.가벼워보인다는 역효과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최동훈 감독이 의도한 지점이라고 한다.


"진지해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만약 어른의 시점이라면 지금의 이야기와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전 '외계+인'을 마치 어린아이가 SF 물을 보는 것과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최동훈 감독 작품의 특징은 주연급의 배우를 여러 명 캐스팅 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동시다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 같은 연출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 데뷔할 때 책상에 주인공 다섯 명이 나오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포스트잇에 써 붙여놨어요. 그때는 보통 한두 명의 주인공이 극을 끌어가고는 했는데 저는 조금 달랐으면 좋겠다 싶었죠. 예를 들어 주인공이 서점에 가서 서점 직원과 이야기를 나눠요. 이후에 서점 직원이 다시 극에 등장한다면, 이제 그는 스토리 안에서 꽤나 중요한 인물이 되는거죠. 대부분의 영화는 그 서점 직원을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쓸 테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배우가 한다면 어떨까란 생각을 했죠.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저는 주인공이 따로 없는 것 같은 스토리를 좋아하는구나를 느꼈어요. 왜 좋아하는지는 설명하기 어려워요."


최동훈 감독은 '외계+인'을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져스'처럼 전 세계인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라며 찍었다.


"'토르'가 유럽의 신화를 가져왔는데, 우리도 그에 버금가는 옛 이야기들이 많아요. 이걸 가지고 모험극을 만들어보고 싶었고, 모두가 재미있게 보길 바랐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어벤져스'같은 영화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도둑들'과 '암살'로 연달아 천만 관객을 돌파한 후, 선보이는 신작인 만큼 흥행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터. 지난 20일 개봉한 '외계+인'은 25일 91만 1335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 전산망 기준)의 관객을 모았다. 최동훈 감독은 흥행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후회 없는 영화를 만들었음에 만족하고 있다.


"사람들이 제 영화를 기대하고 있구나 생각하면 더 열심히 노력해야지란 생각이 들어요. 그러기 위해선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어야 하고, 그것을 다른 분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죠. 주변에서 흥행 걱정되지 않냐고 물어보고는 하는데 아무도 알 수 없는 거니까요.(웃음) (영화 개봉은) 본격적인 모험극 같아서 어떻게 흘러가는지 봐야죠. 만든 이후에는 저희가 개입할 수 없는 거니까요. 관객들이 '외계+인'의 운명을 정해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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