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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109)] 역사를 노래하는, 퓨전 국악 밴드 ‘경지’


입력 2022.07.27 13:42 수정 2022.07.27 13:4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인천상륙작전·장사상륙작전 주제로 한 '바람을 타고' 발매

"사촌 동생 오혁과 콜라보 무대하고 싶어"

지난 2월, 엠넷 ‘너의 목소리가 보여9’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국악 보컬 참가자의 노래에 맞춰 한바탕 춤판이 벌어진 것이다. 출연진의 춤사위를 불러일으킨 주인공은 퓨전 국악 밴드 경지의 보컬 오현이었다. 특히 그는 자신을 오혁(밴드 혁오)의 사촌 형이라고 소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수많은 퓨전 국악 밴드 사이에서도 오현이 보컬로 있는 밴드 경지의 개성은 매우 뚜렷하다. 일제강점기, 광개토대왕, 6.25, 유관순 열사, 안중근 의사, 인천상륙작전, 장사상륙작전 등 한국의 역사를 소재로 한 창작곡들을 발표하면서 독특한 음악세계를 구축해왔다. 한 분야의 경지에 오르겠다는 의미를 담아 만든 ‘경지’라는 이름값만큼, 이들이 보여주는 행보 역시 심상치 않다.


ⓒ경지

-밴드 구성원들이 어떻게 한 팀으로 모이게 됐는지 궁금해요.


대학교 선후배 및 함께 음악 생활을 하며 알게 된 친구들과의 인연으로 시작됐습니다. 2015년 제7회 대학국악제 대상(문체부장관상), 2016 한강음악제 대상, 2016 KBAS 제 3회 대학가요제 대상까지, 3관왕을 수상한 계기로 결성된 팀입니다. 한국인의 정서인 한을 담은 판소리와 밴드음악을 접목한 개성 있는 사운드로 주목받는 차세대 청년 그룹입니다!


-그동안 일제강점기, 광개토대왕, 유관순·안중근 등 한국의 역사를 주제로 곡들을 선보여왔죠. 이유가 있나요?


잊고 살지만 잊지 않아야 하는 우리의 역사를 우리의 전통 음악에 접목해 표현한다면 더없이 좋지 않을까하는 질문을 저희에게 직접 던져보며 도전한 게 시작이었어요. 각종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자신감을 얻었고 보는 관객분들의 응원에 힘을 얻어 지금까지 놓치지 않고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역사를 음악으로 다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또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요?


역사적인 곡을 만들 때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혹여나 저 자신의 전문 지식이 부족하여 사실적 역사를 왜곡하거나 그릇된 정보와 오류로 인해 듣는 분들에게 감히 혼동을 드리면 안 된다는 것을 원칙으로 두고 있습니다. 역사적인 곡 작업을 할 때는 관련 서적 및 정보를 다양하게 종합하여 본 후 확신이 섰을 때 비로소 작업을 시작합니다. 또한 보는 시각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덜 건드리고 누구나 듣고 보았을 때 공감할만한 이야기들을 우선순위에 두고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앨범, ‘바람을 타고’도 장사상륙작전을 주제로 했다고요.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해낸 작전이라고 하면 누구나 ‘인천상륙작전’을 떠올리지 않으실까 합니다.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확률은 5000분의 1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작전이 가능케 한 또 다른 작전이 ‘장사상륙작전’인데 저조차도 장사상륙작전에 대한 이해도가 인천상륙작전이 비해 현저히 적었습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인천상륙작전에 조금은 가려진 장사상륙작전의 이야기를 함께 해보고 싶었습니다.


ⓒ경지

-이 곡을 통해 대중들과 어떤 메시지를 공유하고 싶었나요?


당시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된 병사들이 대부분 총과 칼을 다루어보지 않은 학도병이었다고 합니다.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장사상륙작전을 통해 적군의 시선을 끌고 그 시간동안 남해와 서해를 돌아 인천에 상륙해 보급로를 끊어낼 수 있었습니다. 살아 돌아오기를 장담할 수 없는 사지로 명령을 하달 받아 진군한 그 당시 학도병들이 무엇을 지키고자 했는가를 생각하고 그 숭고한 희생에 대한 감사함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곡 작업 과정은 어땠나요?


이번 곡은 퓨전국악과 힙합과의 협업을 통해 기존 곡과 차별화된 새로운 느낌을 살리려 노력했습니다. 또한 뮤직비디오 제작을 통해 듣는 이로 하여금 조금 더 와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했습니다(웃음).


-역사 이야기 외에 밴드 경지가 음악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음악의 힘이란 불현듯 들었을 때 어느 날 누구와 어떠한 장소에서 함께 무엇을 했는지 그 음악을 통해 지나온 향수를 느낄 수 있듯이 경지의 음악도 당시의 추억과 향수가 생각날 수 있는 음악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경지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대표적인 한 곡을 추천한다면?


‘삼도수군 통제사’라는 곡이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님과 역전의 용사들이 해전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만든 곡인데 굉장히 웅장하고 신이 납니다. 많은 분들이 장르와 관계없이 즐기실 수 있는 곡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젊은 국악인’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요.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일입니다. 퓨전국악을 시작하면서 이루고자 했던 목표이기도 하고 지금의 관심이 한시적이 아닌 지속적으로 될 수 있도록 밴드경지 또한 노력할 것입니다.


-국악의 대중화라는 점에선 반가운 일이지만, 동시에 전통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중심을 잡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일 테지만요.


밴드경지가 매주 곡을 만들 때 그리고 회의를 할 때마다 하는 이야기입니다. 전통의 멋과 새로운 것의 신선함을 같이 가져가는 일은 결코 쉬운 것은 아닐 수 있으나 수많은 합주를 통해 업고 뒤집고를 반복하며 대중성과 전통성의 황금비율을 만들어나간다면 중심을 놓치지 않는 더 멋진 음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경지

-경지 역시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출연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어요.


일단 너무 즐거웠고 저희의 짧은 5분여가량의 무대를 위해서 작가님 PD님 그리고 촬영 및 태프들 그 외에 수많은 분들이 노력하시는 것을 보면서 ‘아 아직 우리가 하는 노력은 노력이라고 할 수 없겠구나’라고 느끼곤 했습니다. 그리고 본 공연을 할 때 제시 님이 함께 춤추시며 즐겨주시고 공연이 끝난 후 모니카 님이 정말 온몸을 다해 열정적으로 환호해주셔서 끝난 후 재방송을 보면서도 내심 뿌듯했어요. 아! 그리고 모니카님이 양팔을 흔들면서 진심으로 환호해주시는 걸 보고 유튜브 댓글에 모니카님 박쥐설에 관한 댓글이 있었는데 댓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스윽’가서 좋아요 누르고 나왔습니다. 하하.


-‘너목보’ 당시 오현 씨가 혁오 씨의 사촌형이라고 소개가 됐는데요. 서로 색깔은 다르지만,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지 궁금해요.


네, 혁이는 큰아버지의 아들입니다. 만나면 음악 얘기로 시작해서 음악 얘기로 끝납니다(웃음). 서로 만든 음악을 들려주며 서로 피드백도 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상대방한테 주는 피드백들을 꼭 참고하여 곡 작업에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콜라보 해보고 싶은 케이팝 아티스트가 있다면?


오...혁....?? 하하.


-경지도 글로벌 시장을 노릴까요? 한국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밴드라는 것이 경쟁력이 될 수도, 혹은 해외 대중들에겐 공감이 어려운 주제일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역사적인 노래를 많이 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곡들도 많습니다. 경지 밴드의 다양함을 보여드리기 위해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백수의 사랑 찾기를 다룬 ‘무스탕’, 발라드 성향이 강한 ‘비화’ ‘그때 그 시절’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그리고 ‘유령’ 등의 곡들도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나올 곡들도 신선한 충격을 드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요(웃음). 아! 그리고 8월과 9월에 발매를 예상하고 있는 새로운 신곡들도 지금까지 나온 앨범과는 또 다른 느낌과 새로운 장르로 차별화를 두고 제작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 밴드 경지의 활동 방향성도 궁금해요.


공연을 통해 많은 분들과 대면하여 찾아뵙고 싶습니다. 또 경지 밴드는 차근차근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팀이 되고 싶습니다. 더 많이 알려지고 더 많은 공연을 하는 것도 너무 좋지만, 강한 응집력을 가지고 내실이 탄탄한 밴드 경지가 되어 끈질기게 오래도록 음악을 하고자 합니다(웃음).


-마지막으로, 밴드 경지로서의 목표도 말씀해주세요.


밴드 경지의 팬이 되신다면 ‘신곡 언제 나올까?’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미리 신곡을 내는 팀이 되겠습니다. 팬분들을 기다리게 하지 않도록 꾸준하게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팀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웃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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