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 여부 두고 대통령실 혼선 지속
펠로시 안 만나고 연극 뒤풀이 논란
영접 두고서는 여야 네탓 공방까지
"비서실·국정상황실 뭐하나"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미국 하원의장으로는 20년 만에 방한한 낸시 펠로시 의장과 한미동맹 강화와 역내 협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여름 휴가를 이유로 직접 면담이 아닌 전화통화를 선택해 '외교적 결례'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점과, 오락가락 '아마추어 행정'으로 불필요한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는 평가가 나와 뒷맛이 씁쓸한 모습이다.
1박 2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펠로시 의장의 전날 밤 입국 순간부터 이날 오후 출국하기까지 대통령실의 대응은 부적절함의 연속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제점은 전날 대통령실 측의 입장 혼선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초 대통령실은 펠로시 의장의 방한 소식이 전해진 이후부터 이 시기가 윤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여름휴가 겹친다는 이유로 별도의 면담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이어온 바 있다.
하지만 전날 오후 대통령실 관계자발로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만남을 조율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가면서 혼란이 빚어졌고, 곧바로 "윤 대통령이 휴가 중이라 펠로시 의장과 만나지 않는다"는 입장이 발표됐다. 이후 "조율은 했지만 만나지 않기로 한 것인가"라는 추가적인 의문이 제기됐고, 관계자가 "만남을 조율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후에야 논란이 정리됐다.
야권에서는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만남을 조율 중이라고 했다가 최종적으로 만남이 없다고 연이어 입장을 번복했다. 외교관계에서 있을 수 없는 아마추어들의 창피한 국정 운영"이라 꼬집었다.
잠잠해지는 듯 했던 논란은 전날 밤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연극을 관람하고 출연 배우진과 음주를 곁들인 뒤풀이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지며 재차 불거졌다.
여권 인사인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이를 겨냥해 "워싱턴 권력의 2인자인 중요한 인물이 한국을 방문하는데, 서울에 있는 대통령이 만나지도 않다니, 휴가 중이라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며 "대학로 연극을 보고 뒤풀이까지 하면서 미 의회의 대표를 만나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라 지적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면담을 하지 않기로 한 배경에 펠로시 의장이 방한 직전 대만을 찾았던 탓에 불거진 중국과의 외교마찰 우려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일관되지 못한 해명으로 비판을 샀다.
국가안보실 측에서 면담 개최 여부는 이미 2주 전 결정된 사항으로 당시에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정해지지도 않은 상황이었다는 주장을 내놨지만, 같은날 최영범 홍보수석은 취재진과 만나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된 사안"이라고 말하며 다소 엇갈린 취지의 설명이 나온 것이다.
이에 더해 펠로시 의장의 입국 당시 우리측 주요 인사가 아무도 영접을 나가지 않아 벌어진 논란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펠로시 의장이 부실한 의전에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언론보도까지 전해지자 대통령실이 "사실이 아니다"라며 진실공방을 벌이는가 하면, 여야가 서로를 향해 잘못의 책임소재를 떠넘기는 모습을 연출하며 빈축을 샀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무엇보다 신중해야 할 외교 사안에 있어 각종 미숙한 점을 노출하며 비판의 여지만 남기게 됐다는 혹평이 제기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치적 결정에 대해서는 긍정적 시선도, 비판의 목소리도 나올 수 있지만 최소한 일관된 입장 유지와 군더더기없는 일처리라도 보여줬어야 한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비서실과 국정상황실은 뭘 하고 있는 것인가"라 비난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외교 문제에 있어서 가장 안 좋은 게 갈팡질팡이고 오락가락"이라며 "정책을 담당하거나 결정하는 쪽의 무능력을 드러낼 수가 있고, 이런 모습이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줄 수 있다. 정부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도 재고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