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근태 관리 효율화 차원…창업 2년 만에 누적 지원자 2천명 돌파
278개 기업 중 개발 문화 1등 올라…카카오·컴투스 등과 어깨 나란히
개발자 구인난이 이어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채용 과정을 강화한 스타트업이 있어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설립 2년 차에 불과한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그 주인공이다.
8일 IT업계에 따르면, 업스테이지는 최근 채용과정을 강화했다. 지원서에 기재된 내용만으로 직무적합성에 대한 확인이 어려운 경우 서류전형의 연장선으로 ‘체크업 세션‘을 진행한다. 30분 내외로 진행되는 체크업 세션은 업무역량 중심의 검증 보다 지원자의 관심 분야와 희망 업무를 파악하고 지원 직무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과정이다.
회사 측은 "이런 과정을 통해 지원자는 직무 이해도를 높이고 이어지는 단계별 전형에서 어떤 것을 준비하면 좋을지 고민해볼 기회를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업스테이지는 네이버에서 클로바 AI리더를 맡았던 김성훈 홍콩과학기술대 교수와 네이버 출신 이활석 CTO, 파파고 모델팀 리더 박은정 CSO가 2020년 공동창업한 AI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5월 세계 최고 빅데이터 분석플랫폼 '캐글'이 개최한 국제 경연에서 전 세계 2464개팀 가운데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AI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이같은 채용과정 강화는 최근 업계 인재 채용 과정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현재 IT업계는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가릴 것 없이 모두 개발 인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진출과 코로나19 대유행 직후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개발자의 수요가 높아졌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로 기업에서 개발자 수요가 급속히 늘고 있다"면서 "회사 인지도가 낮은 회사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연봉을 높여서 개발자를 채용하는가 하면, 대기업이라도 지원자 수가 적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헀다.
특히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력을 보유한 중소·중견기업이나 스타트업들에게 이러한 채용 과정 강화는 '독'이나 다름없다. 최근 대기업에서 높은 자본력을 앞세워 개발자 '싹쓸이'에 나서고 있는 데다 더 많은 개발자가 지원할 수 있도록 자기소개서를 없애고 면접 일정을 최소화하는 등의 채용 문턱을 낮추는 게 요즘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런 채용 과정 강화에도 업스테이지에는 개발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스테이지에 따르면, 회사 전체 근무자는 100명이 채 되지 않지만, 창업 후 현재까지 누적 지원자는 2000여명이 넘긴 상황이다. 특히 네이버나 카카오 등 대기업 정직원에 합격한 이들도 업스테이지 인턴 개발자로 재입사하는 경우도 많다는 후문도 들린다.
개발자 쏠림 현상이 나타난 배경에는 업스테이지의 개발 문화 때문으로 파악된다. 앞서 유명 국내 IT블로거인 윤석찬 아마존웹서비스(AWS) 테크 에반젤리스트가 278개 기업 415명을 대상으로 국내 기업 개발자 문화 현황을 조사한 결과, 업스테이지는 카카오와 라인플러스, 우아한형제들, 컴투스 등과 함께 최고점인 12점을 받았다. 최고점을 받은 기업 중 유일한 100인이하 초기 스타트업이다.
특히 업스테이지 기업 문화는 '잡담'을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평소 근무는 '리모트워크(원격근무)'를 유지하지만, 근무자간 긴밀한 소통을 위해 티타임 시간을 권장한다. 특히 일반 회의가 시작되더라도 5분 정도 잡담 시간을 가진다. 또 매년 2회 진행되는 '체크업스테이지'를 통해 회사와 구성원 간의 신뢰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의견을 얻어내는 문화도 가지고 있다.
이활석 업스테이지 CTO는 "스타트업일수록 인력 한 명에게 주어지는 자율과 책임이 크기 때문에 실력을 갖추고 자율업무를 잘 활용하는 인재 검증을 통해 좋은 인력들이 모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