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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원석 발굴해놓고, 목줄 채우는 방송사들


입력 2022.08.20 13:50 수정 2022.08.20 13:5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계약에 발묶인 아티스트들

"흥행 실패한 오디션, 아티스트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투명한 제작비 공개, 계약 가이드라인 필요"

#익명을 요구한 한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소속 가수를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 시킨 이후 이도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고 말한다. 프로그램이 이슈를 끌지 못하면서 콘서트 등의 후속 활동이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방송사와 계약이 묶여 있어 개별 활동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TV조선
오디션 출신 가수들, '활동 계약' 둔 엇갈린 의견

적게는 1년, 많게는 2년여가 넘는 기간. 방송사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높은 순위에 오른 참가자들과 일종의 ‘활동 계약’을 체결한다. 이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초로 불리는 엠넷 ‘슈퍼스타K’ 시절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관행이다. 그런데 가수와 이들의 소속사 측에선 무리한 계약 조건에 대한 불만이 연이어 터져 나온다.


대부분의 계약서에는 계약 기간과 수익 분배 비율, 후속 활동 참여에 대한 조항,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받게 되는 불이익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한때는 방송사와 출연자 사이의 불공정한 계약이 알려지면서 큰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당시 한국매니지먼트연합과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는 지상파 방송 3사(KBS, MBC, SBS)와 엠넷, JTBC 등에 공문을 보내 “방송사들이 매니지먼트까지 하는 것은 연예 산업을 독식하려는 권력의 횡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방송사와 출연자 사이의 계약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 엄밀히 말해 출연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인기를 누린다. 방송사 입장에선 프로그램 방영 전, 누가 우승을 차지하고 인기를 얻게 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큰 금액을 들여 세트를 짓고 무대를 마련하는 일종의 ‘투자’를 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맺은 계약은 스타가 된 출연자들이 당연히 이행해야 한다.


일각에선 후속 프로그램들에 출연하면서 가수들의 이미지가 빠른 시간에 소비되어 버린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방송사에서 제작하는 후속 프로그램들에 의무적으로 출연하면서 화제성을 이어가고 더 큰 인기를 이어가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예가 TV조선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미스터트롯’이 성공을 거둔 이후 투어 콘서트를 진행하고 후속 예능프로그램으로 제작된 ‘사랑의 콜센타’ ‘뽕숭아학당’ 등으로 이어진 경우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이른바 ‘갑질 계약’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18년, KBS2 ‘더 유닛’은 프로그램 출연 계약 기간 동안 KBS의 다른 방송 출연 요청이 있을 때 참여하도록 했고, 타 방송 프로그램 출연과 별도 연예 활동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기도 했다.


"투명한 수익 정산 시스템  마련해야"

기징 큰 문제는 프로그램이 이슈를 끌지 못한 경우다. 방송사는 높은 제작비를 충당해야하는데, 이를 위해 출연자들의 음원 및 공연 판권을 외부 업체에 판매하게 된다. 높은 가격으로 판권을 구매한 업체는 그 비용을 채우기 위해 아티스트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는 계약을 체결하는 식이다.


인디 레이블 엠와이뮤직 윤동환 대표는 “아티스트는 오디션의 단계를 통과하고 있는 시점에서 계약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할까 우려해 어쩔 수 없이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다”면서 “흥행에 성공한다면 문제가 적지만, 흥행에 실패할 경우에는 진행되는 일은 없는데 계약만 묶여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결국 원석을 찾아내고도, 아티스트들에게 목줄을 채우는 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방송 제작비가 어느 정도 소비되었으며, 판권은 얼마에 구매를 했고, 아티스트의 활동으로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 참여자에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정 부분까지는 기존 계약을 유지하되 기준 이상의 수익, 혹은 기준 이하의 수익이 발생할 경우 각각 변경되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디테일한 기준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제작 환경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놓으면 그 안에서 아티스트와 중소형 기획사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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