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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을 가두려는 사람들


입력 2022.08.27 07:07 수정 2022.08.25 06:57        데스크 (desk@dailian.co.kr)

ⓒ limyoungwoong.official 데일리안 DB

보통 언론에서 가수를 소개할 때 ‘가수 OOO'이라고 소개한다. 그런데 임영웅만은 많은 매체가 ’트로트 가수 임영웅‘이라고 소개한다. 다른 가수들에 대해선 장르 언급을 안 하는데 임영웅만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두 개의 편견이 겹친 결과로 보인다. 일단 첫 번째가 트로트에 대한 것이다. 트로트를 발라드, 알앤비 힙합, 한류 댄스 음악 등에 비해 급이 떨어지는 음악이라고 여기는 편견이 있다. ‘미스터트롯’ 이후 톱7 붐이 일었을 때도 많은 매체들이 집요하게 부정적인 보도들을 내놨었는데, 이것도 트로트에 대한 편견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발라드, 알앤비 힙합, 한류 댄스 음악도 상업적인 유행가고 트로트도 유행가인데 이 둘 사이에 등급 차이가 있다고 여기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 트로트가 퇴폐뽕짝이라는 차별을 받았었는데 그게 많이 완화되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어느 정도는 이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트로트를 진지하게 거론할 만한 음악이 아니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그렇다보니 다른 장르의 가수는 그냥 가수인데 트로트 가수에 대해서만큼은 트로트라고 구분 짓게 된 것 같다. 최근 한 시상식도 가수상, 개인상과 트로트 인기상을 구분해 물의를 빚었다. 다른 장르 가수들은 가수상, 개인상 후보에 올랐는데 트로트 가수들만은 트로트 인기상 부문에 갇힌 것이다. 임영웅도 가수상, 개인상에선 빠지고 트로트 부문에만 올랐다. 마치 트로트 가수는 트로트 가수일 뿐 정상적인 가수가 아니라고 못 박는 것 같은 느낌이다.


두 번째 편견은 임영웅이 트로트 가수라는 인식이다. 트로트 오디션 출신자라고 매체들이 임영웅을 덮어놓고 트로트 가수라고 여기는 것 같다. 임영웅의 최근 히트곡들은 ‘이제 나만 믿어요’, ‘히어로’, ‘사랑은 늘 도망가’, ‘우리들의 블루스’, ‘다시 만날 수 있을까’인데 이중에 트로트는 한 곡도 없다. 그런데도 많은 매체와 시상식은 무조건 임영웅이 트로트 가수라고 한다.


물론 임영웅은 트로트도 부른다. 트로트 가수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동시에 다른 장르들도 부르는 보다 폭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유했다. 최근 진행된 콘서트에서도 발라드, 트로트, 힙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가 불렸다.


이걸 많은 이들이 무시하고 임영웅을 트로트 가수라고만 여긴 결과, 기존에 있었던 트로트에 대한 편견이 임영웅에게 적용되는 효과가 발생했다. 트로트를 다른 장르와 구분했었는데, 임영웅을 트로트라고 여기니, 임영웅을 구분 짓게 된 것이다. 그래서 다른 장르 가수는 그냥 가수, 임영웅은 트로트 가수가 됐다.


이렇게 언론과 시상식이 임영웅에게 반복적으로 트로트 가수라는 꼬리표를 붙이면서 그를 트로트 영역 안에 가두면, 젊은 대중의 인식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른 가수는 그냥 가수인데 임영웅만 트로트 가수로 구분 짓는 것을 보면서, 젊은 층이 임영웅을 기성세대 전용가수 정도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하지 않은, 좋아해서는 안 되는, 그런 가수라는 편견이 생겨난다. 이미 임영웅은 오디션 계약으로 티비조선에서만 활동했기 때문에 젊은 층이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런 편견까지 더해지니 상황이 더 악화됐다.


이런 불리한 구조에서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폭 넓은 연령대의 지지를 받는 가수 중의 하나로 우뚝 선 것은 놀라운 일이다. 임영웅의 목소리와 매력, 그리고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으로 인해 다양한 세대가 반응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일부 언론과 시상식이 계속해서 임영웅을 트로트 이미지 안에만 가둬둔다면, 임영웅 팬층의 외연이 확대되는 데에 지장이 있을 것이다.


잘못된 인식으로 그런 피해를 입힌다는 게 문제다. 트로트 가수도 발라드, 알앤비 힙합, 한류 댄스 가수와 똑같이 그냥 가수다. 그리고 임영웅은 트로트를 포함해 그보다 훨씬 넓은 영역에서 활동한다. 이런 현실이 보도와 시상식 구성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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