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헌당규 개정 후 비대위 구성 방침
권성동 "신속 추진해 추석 전 출범 목표"
당내 일각 "민심과 동떨어진 결정" 반발
李 측, 탄원서 모집하며 추가 가처분 준비
국민의힘 지도부가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사실상 낙점하고 당헌당규 개정에 본격 착수했다. 규정이 모호해 해석의 논란을 불렀던 '비상상황'을 단순명료하게 수정한 뒤 새 당헌당규에 따라 비대위를 다시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권 원내대표는 29일 당 회의에서 "추석 전 새 비대위가 출범할 수 있도록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대표 체제의 최고위 복귀는 불가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당 중앙윤리위의 징계부터 비대위 출범, 법원의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 인정과 내부 갈등 등 현재의 어려움의 시작은 이준석 전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이었다는 점을 권 원내대표는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준석 전 당대표"라고 언급하며 이전 지도부는 해산했음을 분명히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추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이 전 대표 지지모임인 '국민의힘바로세우기'(국바세)는 "지금 국민의힘은 가처분 인용 결정에 불복해 당헌당규를 법원의 결정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려 하고 있다"며 소송에 대비한 자필 탄원서 모집에 나섰다.
이 전 대표 본인도 전의를 다지고 있다.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최후의 결전 장면을 게재한 뒤 "오늘은 아니에요! 오늘 우리는 싸운다!"라고 적었다. 이 전 대표는 소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을 겨냥해 "절대반지에 눈먼 사람들"이라고 표현하며, 영화 속 '절대악'에 비유해왔다. 이날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무리수를 덮으려 또다른 무리수를 일으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경고했다.
당내에서도 당헌당규 개정 및 새 비대위 출범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윤상현·유의동·최재형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도부의 결정은 법원 가처분 결정 핵심과 매우 동떨어진 내용"이라며 "국민적 상식에 부합되는 조치를 과감하고 신속히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 원내대표를 뽑은 뒤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겨 후속 절차를 진행하자는 게 골자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윤상현 의원은 "(권 원내대표의) 새 비대위 구성은 꼼수"라며 "물러나야 물꼬가 트인다. 새로운 원내대표가 뽑히면 더욱 동력을 얻을 수 있고, 물꼬를 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이미 정치적 탄핵…복귀 의미 없어"
수습 방안을 놓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별개로, 이 전 대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양두구육이나 신군부 발언 등이 선을 넘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 당원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많이 그렇게 생각한다"며 "이 부분에 아무런 언급 없이 넘어간다는 것은 안 된다는 게 대다수 의원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특히 윤리위 징계와 비대위 출범을 반대하며 이 전 대표 측에 섰던 인사들도 최근 목소리를 달리하고 있다. 조해진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대표가) 정치적 생존을 위한 자기방어·자구행위를 넘어 이판사판 '너 죽고 나 죽자' 식의 공도동망의 길로 가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실패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이 정권교체의 민심"이라고 했다.
이어 "상생 공존이 힘들면 정권교체 민심은 당연히 대통령을 지키는 쪽을 선택할 것"이라며 "이대로 평행선을 그으며 제로섬의 대치전선으로 가면 대통령과 정부, 당은 살아남지만 이 전 대표는 죽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는 윤석열 정부를 지키기 위한 정권교체 민심의 결집만 남아있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 회군을 모색해야 한다. 퇴로를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이 전 대표가 또 가처분 신청을 하고 정말 끝없는 진흙탕의 수렁으로 들어가면 또 욕먹게 돼 있는 것"이라며 "정치적 승리와 법적 승리를 쟁취했으면 여기서 멈추는 게 낫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전날에도 "이 전 대표는 정치적으로 탄핵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옳든 그르든 이런 판에서는 당대표로 복귀해도 의미가 없다"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