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가능성 보여줄 전대, 개딸·친명계 잔치로 끝나
李, 통합 강조했지만 진정성 여전히 물음표 따라붙어
지지자·측근만 바라보는 구태정치 되풀이해선 안돼
4년 전인 2018년,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20년 집권론'이 나왔다.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는 "정부의 정책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20년이 아니라 더 오랜 기간 집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앞으로 민주당이 대통령 열 분은 더 당선시켜야 한다"며 '50년 집권론'까지 꺼냈다.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는 끝을 모르고 치솟았고, 민주당 인재풀은 차고 넘쳤다.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은 망언 등 갖가지 논란으로 휘청였다. 오죽하면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은 "이해찬 대표의 '20년 집권론'이 정말 허언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화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을까.
그러나 현재 민주당에서 '20년 집권'을 장담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지난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진 민주당은 올해 대선에서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이어져 오던 '10년 주기 정권교체설'이 깨지는 불명예도 안았다. 6월 지방선거도 크게 졌다. 우상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말마따나 세 번의 선거에서 패배한 민주당은 매우 초라한 모습이다. 이는 민주당이 '20년 집권론'에 취해 민심을 오독한 결과다.
그래서 이번 8·28 전당대회가 주목됐다. 민주당이 선거 참패 이후 변화와 혁신의 가능성을 보여줄 기회였다. 하지만 결국 이재명 대표의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의 목소리만 극명하게 표출됐고, 친명계의 잔치로 끝이 났다. 민심 오독에 대한 반성의 모습이 아닌, 이 대표의 대권 가도를 닦기 위한 모습만 보였다. 이는 국민은 물론 전통적인 지지층까지 거리를 두게 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국민과 당원의 뜻은 통합과 단결해서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또 국민의 삶을 책임지라는 뜻"이라고 했다. 아전인수격 해석이 아닐 수 없다. 호남 투표율은 모두 평균(37.09%)을 밑돌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치러진 앞선 전당대회(2020년 41.03%·2021년 42.74%)보다도 투표율이 낮았다.
'그들만의 리그'는 사당화 우려를 더 키웠을 뿐이다. 이 대표가 '통합'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그 진정성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당헌 개정 등 일련의 조치는 이미 이 대표 지지층의 목소리가 과대대표된 결과로 해석됐고, 이 대표가 비서실장과 대변인도 이 대표의 측근으로 채운 데다, 나머지 주요 당직인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도 친명계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한 번 무너진 담을 쌓으려면 큰 노력이 필요하다. 반성과 쇄신은커녕 구태정치를 되풀이하는 모습으로는 민심을 돌이키기는 힘들다. 이 대표는 자신의 지지층과 측근만 바라보는 게 아닌, 통합의 리더십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사당화 우려와 '자생당사(自生黨死·자신은 살고 당은 죽는다)'라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민주당은 이제 모래 더미, 자갈 더미가 아닌 콘크리트가 되어야 한다"는 이 대표의 다짐이 지켜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