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금리인상 기조와 기록적 폭우·폭염 영향
식재료 가격 급등…명절 행사 간소화 움직임 뚜렷
식품업계, 수요 잡기 총력…“기획전 잇따라 선봬”
이달 추석을 앞두고 정부가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명절’을 선언했지만 올해는 치솟는 물가가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와 기록적인 폭우·폭염으로 식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최대한 명절 행사를 간소화 하려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평균 31만8045원으로 지난해 대비 6.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8개 전통시장과 27개 대형 유통업체의 추석 성수품 28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결과다.
품목별로는 쌀과 밤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수용 품목 가격이 올랐다. 대형마트 기준으로 사과(홍로)와 배(신고)는 전년대비 각각 25.21%, 21.70% 상승했다. 대추는 14.60% 고사리 30.49%, 도라지와 시금치는 각각 6.1%, 20.29% 뛰었다.
북어포 16.72%, 동태포 12.26%, 다시마 5.28%, 소고기(산적용 우둔살) 7.02%, 돼지고기(육전용 앞다리살) 18.99%, 닭고기(손질 육계) 14.30%, 달걀 4.18%, 무 16.06%, 배추 51.51%, 애호박 58.51%, 대파 72.98% 등의 인상률을 보였다.
정부는 추석 물가를 잡기 위해 성수품을 역대 최대치인 23만톤가량 공급하고, 할인쿠폰도 650억원 규모로 지원해 배추·사과·계란·고등어 등 20대 성수품 가격을 1년 전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할인쿠폰은 대형마트·전통시장에서 사용 가능하다.
그러나 올해도 가정간편식의 인기가 좋을 것으로 분석된다. 재료 준비부터 조리까지의 번거로움 없이 명절 음식을 필요한 만큼 간편하게 차릴 수 있어서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많은 가족이 모이지 못하는 것도 차례상 간소화를 부추길 것으로 분석된다.
◇ 식품업계, 명절 간편식 매출↑…“상차림 기획전 잇따라 준비”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올해와 지난해 추석 한 달~2주일 전 명절용 가정간편식 판매량을 비교해 보니 산적·전류와 양념육·떡류 등 30여 종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났다. 지난달 23일 진행한 ‘명절 한상차림 기획 세트’ 라이브 방송에서도 1000세트가 완판됐다.
식자재를 대량으로 구입해 제품을 만드는 만큼 집에서 차례상을 차리는 비용 대비 저렴한데다 주부들의 수고를 덜어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과거 대비 간편식 제품 종류도 크게 늘어난 데다, 가격도 합리적이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식품업계는 추석을 맞아 편리함과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완제품 차례상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hy는 에어프라이어나 프라이팬에 데우기만 하면 돼 주부들 사이에서 ‘명절 인기템’으로 꼽히는 사옹원의 전 제품(부침명장 제수용·한가위 세트)을 온라인몰을 통해 판매 중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오는 4일까지 그리팅몰에서 ‘온가족 한가위 밥상 기획전’을 열고 갈비찜·모듬전·나물 등 명절 상차림용 가정 간편식 40여 종과 선물용 패키지 10종을 정상 판매가 대비 최대 20% 할인한다.
유통업계서도 명절 간편식 판매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NS홈쇼핑의 경우 가성비 명절을 준비하는 고객이 많을 것으로 보고 집에서 소비될 가정간편식과 과일, 수산물, 햅쌀 상품 등을 전년도 추석 기간대비 20% 확대 편성하기도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물가안정 정책을 내놓긴 했지만 현재 고기, 채소를 비롯한 먹거리 가격이 많이 올라 업체가 만든 가공식품으로 대체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특히 지난 명절과 비교해 직접 명절 음식을 만들던 가구의 최소 20% 이상이 가공식품을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급등한 물가로 인해 식재료 구매에 대한 가격 부담이 커진 데다, 음식 장만과 남은 음식 보관에 들어가는 수고로움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