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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꺾이자 ‘경기침체’…추경호 경고 현실로


입력 2022.09.06 05:30 수정 2022.09.05 13:48        박상인 기자 (si2020@dailian.co.kr)

지난 6월부터 ‘경기침체’ 수차례 경고

가계 소비심리 위축·설비투자 부진…장기화 조짐

“정책 최우선 목표, 물가안정→경기침체 방어 필요”

비상경제장관회의 참석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기획재정부

지난 8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전월보다 하락하면서 고물가가 정점을 통과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걱정했던 경기침체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추 부총리는 지난 6월 말 기자 오찬 자리를 시작으로 물가보다는 이제는 경기침체를 고민해야 할 때라면서 수차례 경고해왔다.


그는 지난 6월에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들과의 오찬자리에서 ‘물가 상승의 피크를 어디까지로 보시냐’는 질문에 “물가 상승은 언젠가 잡힐 것이지만 더 중요한 것이 경기침체”라면서 “앞으로 물가 이야기보다는 경기 침체에 대한 기사를 더 많이 쓰시게 될 수 있다”고 처음 언급한 바 있다.


또 지난 7월 3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선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하고 원자재 가격도 상승해 하반기 수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면서 경기침체 우려를 간접적으로 표명했다.


아울러 지난 7월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도 “추석이 지나고 나면 장바구니 물가는 안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은 서서히 잡히겠지만 다음 걱정거리는 경기침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추 부총리가 수차례 외쳐왔던 고물가가 꺾이고 나면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8월 5.7%를 기록하면서 지난 7월(6.3%)보다 0.6%p 내려가 7개월만에 하락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같은 고물가가 꺾이자마자 가계 소비심리 위축과 설비투자 부진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매판매는 5개월 연속 감소했다. 3분기 들어 8월 소비 심리지수가 88.8을 기록해 석 달 연속 기준선(100)을 하회하고 있다. 설비투자 선행지표인 자본재 수입액과 국내 기계수주액도 7월 기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각각 11.7%, 6.8% 감소하면서 투자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4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과 경기판단’ 보고서에선 “3분기 들어 가계 소비 심리가 위축된데다 설비투자 부진이 이어지는 등 경기가 하강 국면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코로나 팬데믹이 지속 중인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원화 약세로 인한 수입물가 불안 등의 여파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5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70원을 돌파하면서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4월 이후 13년 5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달러 강세가 계속되면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게 돼 내수 침체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특히 아직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하며 경제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으나 수출단가 요인이 악화하는 하반기 이후에는 내수와 수출이 모두 침체하는 ‘복합불황’이 우려된다는 분석도 내놨다.


보고서를 작성한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물가 안정’에서 ‘경기침체 방어’로 점차 이동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경기 하강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할 때 ‘물가 안정’과 ‘경기 경착륙 방어’를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정부가 복합적인 대외 충격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경제 내 취약부문의 현황을 파악하고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인 기자 (si2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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