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격차 크게 좁혀지고, 저가로 시장 점유율 늘려
삼성·LG 매출로는 글로벌 점유율 50% 근접
출하량 기준으로는 중국 업체와 매년 간격 좁혀져
중국 TV업체 TCL의 빠른 성장세가 글로벌 TV 점유율 2위 LG전자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TV 후발 주자였던 중국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가 크게 좁혀진 탓이다. 아울러 중국 업체들은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을 장악한 이후 저가 공세에 나서며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11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TV 출하량은 2억879만대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2억1354만대와 비교해 2.2% 감소한 수치다. 해당 전망이 실현될 경우 올해 TV 출하량은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게 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4130만대(19.8%), 2580만대(12.4%)의 TV를 출하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 합쳐 출하량이 32.2%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수익성이 좋은 프리미엄TV 비중이 있어 매출로는 점유율 50% 가까이 되지만, 출하량 기준으로는 35%를 밑도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이 출하량을 바짝 늘리며 한국 기업들을 추격하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TCL은 올해 2450만대(11.7%)의 출하량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LG전자 뒤에 바짝 따라붙었다. 문제는 LG전자와 TCL의 출하량 차이가 매년 간격이 좁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두 업체의 출하량 차이는 지난 2019년 684만대에서 지난해 276만대로 줄었고, 올해는 130만대로 대폭 좁혀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엔데믹 영향으로 전체 TV 수요가 줄어들면서 LG전자 출하량은 전년 대비 6% 감소한 반면 TCL은 0.3% 하락에 그쳤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TCL 뿐만 아니라 중국 하이센스도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하이센스의 올해 출하량은 2140만대(10.2%)로 예상된다.
이에 TCL과 하이센스의 올해 합산 점유율은 무려 21.9%에 육박한다. 이들의 합산 점유율은 지난해 대비 2.3%p 증가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합산 점유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점과 대조적이다. 중국 업체가 LCD 비중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이 아닌 출하량을 기준으로 잡았을 때 수년 안에 이들이 삼성·LG 점유율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
TCL은 차세대 TV로 OLED에 주력하는 LG전자와 다르게 100% LCD TV를 제작·판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패널 제조사 CSOT가 TCL 자회사로 있어, 다른 경쟁사들과 달리 자체 제작이 수월하고 시장을 상대로 저가 공략하는 것에 더욱 무리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CSOT는 지난 2020년 삼성디스플레이에게서 쑤저우 LCD 공장을 인수한 바 있다.
한편 LG전자는 OLED로 프리미엄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다만 내부에서도 중국 업체의 추격에 대한 위기감은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선필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CX(고객경험) 담당 상무는 IFA 2022 기자간담회에서 "LCD만 놓고 보면 TCL은 우리의 90%까지 따라왔다"며 "이제 하드웨어적 성장은 다들 큰 차이가 없고,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서 승부를 봐야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