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정책건의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지난 8월 정부가 입법예고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하 입법예고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19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건의했다.
입법예고안은 ▶동일인관련자 중 친족 범위 조정 ▶동일인관련자 중 사실혼 배우자 포함 ▶사외이사 지배회사의 원칙적 계열회사 제외 ▶중소벤처기업의 대기업집단 계열편입 유예제도 개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전경련은 혈족 4촌ㆍ인척 3촌으로 규정(기존, 혈족 6촌·인척 3촌)한 입법예고안에 대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친족 범위"라고 지적했다. 촌수가 가까운 친족이라도 교류가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입법예고안의 친족 범위가 넓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상 동일인 친족 범위 규제는 친족 간에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전경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과반수(54.9%)가 경제적 이해관계를 맺을 수 있는 친족의 범위를 '직계가족'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경련은 "입법예고안과 국민이 생각하는 친족 범위 간 차이가 여전히 크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혈족 5촌ㆍ6촌 및 인척 4촌이 동일인의 지배력을 보조하는 경우,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조항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혈족 5촌ㆍ6촌 및 인척 4촌이 지배력 보조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기업들은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행정적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친족 범위를 '동일인의 직계 존비속 및 배우자와 그 직계 존속'으로 축소하고 혈족 5촌ㆍ6촌 및 인척 4촌을 예외적으로 규제대상에 포함하는 조항의 삭제를 건의했다.
또한 전경련은 친생자가 있는 사실혼 배우자를 친족에 포함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실혼 관계가 성립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은 경우에 따라 다르고 그 기준도 모호해 법원이 아닌 제3의 기관에서 판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어 전경련은 "더욱 심각한 것은 사실혼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헌법 제17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사생활 보호의 원칙을 위배할 소지가 있다"먀 "단순히 사실혼 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정거래법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입법예고안은 사실혼 배우자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거나(국세기본법·자본시장법), 사외이사에 취임하는 등(상법) 구체적인 법률행위를 하는 경우에만 이를 규제하는 타 법령과 비교해도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중소기업의 CEO가 대기업의 사외이사로 취임하는 경우, 사외이사가 보유한 기업이 대기업집단 계열사로 자동 편입되며 이로 인해 능력 있고 전문성 있는 기업가의 대기업집단 사외이사 취임이 사실상 제한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번 입법예고안에서는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고자 CEO가 대기업에 사외이사로 취임하더라도 기존에 보유한 회사는 원칙적으로 대기업 계열사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다만 추후에 임원독립경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기존과 동일하게 사외이사 보유 기업을 대기업집단 계열사로 편입시키는 예외를 뒀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상법에서 사외이사의 자격요건을 엄격하게 정하고 있고 재직기간까지 제한하는 등 사외이사의 자격요건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임원독립요건을 다시 적용하는 것은 중복규제가 우려된다"며 "해당 사외이사가 임원독립경영 요건의 충족 여부를 상시 모니터링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외이사를 동일인관련자에서 예외 없이 제외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아울러 전경련은 중소벤처기업의 계열편입 유예기간 확대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 시, 중소벤처기업의 대기업집단 계열편입 유예기간을 기존 7~10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돼야 한다"고 현행 시행령에서는 일반적인 벤처투자는 7년 동안 계열편입을 유예할 수 있으나, 기업형벤처캐피탈(CVC)*이 투자한 경우에 한해 계열편입을 10년간 유예하도록 정하고 있다.
전경련은 "CVC에 한정해 10년의 유예를 인정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국내 벤처투자금 회수 수단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IPO에 도달하기까지 10년 이상 기간이 소요돼 현행 제도로는 벤처투자 활성화 효과가 미미하다"며, "벤처투자의 실상을 반영해 계열편입 유예기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그간 경제계가 개선을 건의한 내용이 일부 반영되었으나,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업부담을 완화하고 대기업집단 제도를 합리화한다는 개정 취지에 맞게 경제계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