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채 AA+ 3년물 5.060%
자금조달 가중…대출 문턱↑
금리인상 기조와 글로벌 긴축으로 국내 채권시장이 요동치면서 카드사의 자금 조달 수단인 여신전문금융채권 금리가 12년 만에 5%대에 진입,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서민들의 급전창구인 카드론 금리가 더 오르면서 중‧신용자들의 대출 이자 부담도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여신전문금융채권 AA+ 3년물 금리는 5.060%를 기록했다.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지난 5월 3.80%를 시작으로 6월 초 4.41%로 한 달 만에 0.61%p 상승하며 2012년 4월 2일(4.02%) 이후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4%대에 진입했다. 이후 7월 4.21%, 8월 4.86%로 오르며 상승세를 키워 12년 만에 5%를 넘었다.
여전채 금리 상승 배경은 글로벌 긴축 강화 기조로 채권시장의 불안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시간으로 오는 22일 오전 3시에 발표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서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 국내 채권시장은 한 번 더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은 전체 자금 조달의 약 70%를 여전채에 의존하고 있어 높아진 시장 금리에 조달비용이 상승하면 카드론 금리 인상도 불가피하다. 이 같은 영향은 보통 3개월 후 카드론에 적용되는데, 국내 카드사들의 카드론 평균 금리가 현재 12~14%대임을 감안하면 향후 최대 15%까지 상단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는 그동안 우대금리, 특판 금리 할인 등 조정금리가 카드론 금리 상승 압력을 늦춰왔지만 자금 조달 비용이 계속 증가하면 향후 조정금리가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카드사들이 조달 비용 증가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위해 고신용자 대출에 더 집중하고 있어 카드론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공시된 카드론 이용현황을 살펴보면 신용점수 900점 이상 고신용 차주에 해당하는 대출 금리 연 10% 미만 구간 비율은 올해 1월 11.37%에서 지난달 16.9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출 금리 연 18% 이상 저신용 차주의 비율은 22.13%에서 17.65%로 4.48%p 줄었다.
이는 올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카드론이 포함되면서 대출한도가 비교적 여유로운 고신용자 중심으로 대출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1금융권 한도에 막힌 우량차주들이 2금융권으로 몰리면서 중‧저신용자 차주들이 밀려나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카드론 금리 인상에 대한 차주 이자 부담 우려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속도 조절을 통해 취약차주를 위한 대응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달비용 상승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지만 금리를 급하게 올리면 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늘게 되고 경쟁에서 밀릴 위험도 있다”며 “속도를 조절하며 금리 인상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