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60홈런 고지 밟은 뒤 4경기 연속 홈런포 잠잠
기술과 노련미 갖춘 저지, 여전히 62홈런 달성 유력
"던질 곳 없다" 투수들의 정면승부 여부가 관건
‘깨끗한 홈런왕’ 애런 저지(30·뉴욕 양키스)가 부담에 눌린 탓일까.
저지는 25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서 펼쳐진 ‘2022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전에 선발 출전했지만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지난 21일 피츠버그와의 홈경기에서 9회말 시즌 60홈런 고지를 밟은 뒤 4경기 동안 홈런이 없다.
23일 보스턴전에서 비거리 120m를 넘어서는 큰 타구를 날려 관중들을 설레게 했지만, 펜스 앞에서 힘을 잃은 타구는 외야수에 잡혔다. 이날 저지는 투수들이 정면 대결을 피하면서 무려 3개의 볼넷을 기록했다.
거대한 체격(신장 201㎝, 체중 128㎏)이 내뿜는 괴력을 과시하고 있는 저지의 위상은 60홈런과 함께 한층 더 뜨고 있다.
140여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MLB에서 한 시즌 60홈런은 베이비 루스·로저 매리스·배리 본즈·마크 맥과이어·새미 소사, 그리고 저지까지 6명뿐이다. 한 시즌 60홈런 기록이 나온 것은 2001년 본즈(73개)와 소사(64개) 이후 21년 만이다.
MLB 사무국은 이들의 홈런을 모두 공식 기록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팬들은 그렇지 않다. “본즈, 맥과이어, 소사의 기록은 약물에 오염됐다”며 “로저 매리스 이후 61년 만에 60홈런 타자(저지)가 탄생했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더욱 기다려지는 대기록이다. 홈런 1개만 더하면 로저 매리스(1961년 61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2개만 추가하면 아메리칸리그 역사상 최다홈런 기록을 세운다.
양키스가 정규시즌 종료까지 12경기 남겨둔 가운데 여전히 대기록 경신 가능성이 높은 위치에 있지만, 9월에만 20개 가까운 홈런을 칠 정도의 무시무시한 페이스를 떠올리는 팬들은 저지의 침묵이 안타깝다.
MLB 전문가들은 “(저지는 홈런 개수를)개의치 않겠다고 했지만, 개의치 않을 수 없는 위치에 있다”며 심리적인 영향 탓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양키스 애런 분 감독은 “(저지는)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문제가 없다. 오히려 의욕적”이라고 말했다.
진짜 관건은 투수들의 정면승부 여부라는 분석도 있다.
신인 시절처럼 힘에만 의존하는 스윙으로 홈런을 때리는 저지가 아니다. 어떤 위치로 어떤 구종이 들어와도 홈런을 터뜨릴 수 있는 기술과 노련미까지 갖췄다. 현지에서는 “‘저지에게 던질 공이 없다’며 정면승부를 꺼리는 투수들 선택에 (대기록 달성이)달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시간문제로 보이는 저지의 대기록 달성을 앞두고 팬들의 갈증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편, 저지가 신기록을 수립하면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와 펼치고 있는 아메리칸리그 MVP 경쟁 구도는 완전히 깨질 수 있다. 61년 만에 출현한 깨끗한 홈런왕이라는 점에서 저지의 가치는 더 치솟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