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갈등 심화' 오히려 좋은 국내 항공사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5.11.20 12:16  수정 2025.11.20 12:16

中, 자국민에 日 여행 자제 권고…항공권 대규모 취소

한국 '대체 여행지'로 부상…인기 해외 여행지 1위 등극

무비자 입국 효과 맞물려 中 노선 운영 항공사 수혜 전망

19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점에서 중국인들이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중·일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국 정부가 일본 여행 자제를 공식화하자 수십만 건의 일본행 항공권이 일시에 취소됐다. 이 막대한 관광 수요가 인근 대체지, 특히 한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항공업계의 기대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20일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지난 14일부터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등 사실상 '한일령(限日令)' 수준의 조치를 취하자, 15~17일 사흘간 중국발 일본행 항공권 49만1000건이 취소됐다. 특히 16일 항공편 취소율은 82.14%, 17일은 75.6%에 달했다.


발단은 다카이시 사나에 일본 총리의 이른바 '대만 유사(전쟁 등 긴급사태)시 개입' 발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해상 봉쇄를 풀기 위해 미군이 오면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무언가 무력을 행사하는 사태도 가정할 수 있다"며 "전함을 사용해 무력 행사를 수반한다면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철회를 요구했지만 일본 측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자 결국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중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한국으로 이동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중국 여행 플랫폼 '취날(去兒)' 지난 1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5~16일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외 여행지는 한국이었다. 일본이 꾸준히 1위를 지켜왔지만 이번 사태로 처음 순위가 뒤집혔다.


같은 기간 항공권 결제 건수 역시 한국행이 1위를 기록했으며, 검색량 또한 서울이 가장 높았다. 이어 태국,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순으로 뒤를 이었다.


류진이 KB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한일령' 이후 가장 큰 수혜국은 한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정부가 지난 9월 말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데다, 원화 약세와 한일령 영향이 겹치며 한국 관광산업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인의 한국 방문 수요는 이미 증가세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올해 1~10월 누적 기준 중국노선 탑승객은 49만5000여명으로, 지난해 중국노선 전체 탑승객 수(49만2900여명)를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1~10월) 44만7800여명과 비교해서는 10% 이상 증가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 역시 이를 방증한다. 지난 9월 중국에서 한국을 방문한 인원은 52만5396명으로, 전년 동기(45만1496명) 대비 16.4% 증가했다.


다만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노선의 운수권이 FSC(대형항공사)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LCC(저비용항공사) 수혜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올해 10월까지 중국 노선의 34%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점유하고 있는 반면 LCC 점유율은 12%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LCC 관계자는 "무비자 혜택과 맞물려 한국이 중국인의 '대체 여행지'로 부상하는 기류는 분명하다"면서도 "LCC는 주로 중국 내 관광지역 노선을 운항하고 있어 FSC 대비 수혜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FSC 중심의 수요 쏠림이 나타나겠지만, 중국발 여행 수요가 구조적으로 회복되는 국면에서는 LCC도 증편 등을 통해 실적 개선 여지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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