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發 강달러 심화…글로벌 경제 위축
한은 내달 빅스텝 무게…가계 부채 가중
원·달러 환율이 1430원 마저 넘어서며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 충격 여파로 풀이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강력한 긴축 의지, 한·미 금리역전, 무역수지 적자 행진으로 원·달러 환율이 연내 1500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성한 곳 없는 글로벌 경제…“상단 1460원부터”
2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35원을 넘어섰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 17일(고가 기준 1436원) 이후 약 13년 6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지난주 미 연준이 사상 처음 3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데 이어 올해 한 번 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이 커지자 달러 강세가 심화된 영향이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재정 확대로 인한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한 점도 환율 상승의 재료가 됐다. 영국의 경기부양책이 오히려 고물가 자극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에 충격을 안긴 것이다. 전날 영국의 파운드화 가치가 1985년 이후 37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시장은 영국 다음으로 이탈리아를 지목하며 한동안 유럽발(發) 충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탈리아 총선 결과 극우 성향의 총리가 당선되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 부동산의 미진한 회복과 생산성 제고 노력 부족으로 인한 위안화 약세 등 세계 곳곳의 리스크가 산재돼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연내 환율 상단은 1460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 달러가 연준의 금리 인상폭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고, 주요국의 경기 펀더멘털이 좋지 않기 때문에 올해 4분기 원·달러 환율 상단은 1445원, 내년 1분기 상단은 1460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에 따른 저성장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물가 압력과 무역수지 적자는 우려되는 대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번 달 20일까지 무역수지는 41억 달러 적자다. 무역적자가 반년 동안 이어지는 건 25년 만에 처음이다.
고물가에 한국은행 역시 기준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미국의 잇따른 자이언트스텝에 내달 한은의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인상될 때마다 전체 가계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산술적으로 3조4455억원씩 늘어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이런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재정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우리나라 경기가 더 악화될 경우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문홍철 대신증권 연구원은 “위기를 동반한 침체가 발생하면 달러당 원화값은 150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외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더해진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달러 초강세에 따른 제2의 아시아 외환 위기를 경고하고 나섰다. 특히 원화와 필리핀 페소, 태국 바트 등 무역수지 적자 국가들의 통화가 가장 취약하다고 꼽았다.
다만 시장은 제 2의 외환위기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적정 외환보유고 수준에 대해 여러 가지 시각이 있지만, BIS의 기준을 제외하면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적정 규모를 소폭 상회하며, 나라별 외환보유고 규모도 전세계 9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