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국무회의서 국내 여성 경력 단절과 저출산 문제 해결 위해 도입 제안
전문가들 "최저임금법 등 관계 법령 수정해야…언어장벽, 문화적 차이도 과제"
"한국 사회 받아들일 준비 돼 있는가? 실태조사 선행돼야…돌봄 노동 회피 가속화 우려"
"돌봄 노동, 여성의 주변부 노동으로 몰락시킬 수 있어…물건, AI로봇처럼 사람 수입하겠다는 발상"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안한 '외국인 육아 도우미' 도입과 관련해 서울시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여성들의 경력 단절과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다는 도입 취지와 달리, 최저임금법 등 관계법령 수정과 문화적 차이 극복 등 풀어야 할 난제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더 열악한 노동 조건으로 몰아가 돌봄 노동의 회피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여성의 주변부 노동으로 몰락시킬 수 있다며 우선 시민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먼저 실시해 과연 외국인 육아 도우미를 한국 사회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지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27일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육아 도우미' 정책을 제안했다. 오 시장은 "한국에서 육아 도우미를 고용하려면 월 200만~300만 원이 드는데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 도우미는 월 38만~76만 원 수준"이라며 "홍콩과 싱가포르는 1970년대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적 이유나 도우미의 공급 부족으로 고용을 꺼려왔던 분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제도가 국내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우선 국내에는 최저임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저임금의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유입하고자 할 경우 최저임금법 등 관계 법령을 수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지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특별비자를 통해 외국인 육아 도우미들이 들어온다고 해도 턱없이 낮은 임금을 받을 경우 다른 직군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 등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행정적인 교육 훈련의 문제점이 있다"며 "예를 들어, 이유식 음식 하나만 보더라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 여러 가지이고, 특히 언어 장벽이 있는 외국인 육아 도우미의 경우 아이를 온전히 맡기기에 불안하고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문화적 차이도 심해 외국인 육아 도우미들을 교육하고 상시 관리 감독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가장 중요한 건 외국인 육아 도우미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과연 외국인에게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지 시민들에게 실태 조사를 먼저 해야 한다"며 "무작정 외국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보다 전업 주부들에게 일시적으로 적정 급여를 주면서 육아 도우미로 활용하는 등 국내에서 방안을 생각한 다음 정확한 추계를 통해 수요에 맞는 공급을 해야 한다. 모자란 수만큼 외국인 도우미를 공급한 후 지금 있는 아동 보육 시스템과 연동해 나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 도우미는 월 38만~76만원 수준이라 하더라도 일반 시민들이 요구하는 정책 지원인지 의문"이라며 "한국 사회가 외국인 육아 도우미를 받아들일 준비가 제도적으로 되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 국내 아이 돌봄 도우미들의 노동 조건이나 처우도 열악하다.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더 열악한 조건으로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하게 되면 돌봄 노동의 회피 현상만 가속화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오 시장이 제안한 외국인 육아 도우미 제도는 결과적으로 돌봄 노동을 여성의 주변부 노동으로 몰락시킬 수 있다"며 "외국인 육아 도우미들의 사회 적응 문제에 대한 논의 없이 외국인 육아 도우미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물건이나 AI로봇 수입하듯이 사람을 수입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회적 돌봄 시터나 육아휴직을 확대하는 등 국내에서 먼저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