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부담↑…CBSI, 2년 5개월 만에 최저치 기록
업황 부진 속 신규공급, 1년 전 대비 3배 이상 증가
"연말까지 밀어내기…금리인상 부담 및 규제지역 해제 영향"
연이은 금리 인상 여파로 건설사들의 체감경기가 2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말까지 업황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와 대조적으로 10월 분양시장에선 대규모 신규 공급이 이뤄질 예정이다.
6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한 달 전 대비 5.6포인트 떨어진 61.1로 집계됐다. 앞서 8월 1.2포인트 하락한 데 이어 9월까지 2개월 연속 감소한 것으로 이는 2020년 4월(60.6) 이후 2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CBSI는 건설업계의 체감 경기를 지수화한 것을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100을 넘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여름철 비수기 이후 9월에는 공사가 증가하는 영향으로 지수가 3~5포인트 정도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오히려 지수가 크게 하락했다"며 "자금조달 상황이 악화하고 대형사들의 기업 심리가 위축된 것이 지수하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9월 자금조달지수는 15.0포인트 떨어진 72.0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5월(69.0)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형사의 BSI가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8월 대비 16.7포인트 떨어진 58.3이다. 중견기업 BSI는 같은 기간 67.5로 3.4포인트 상승했으며 중소기업은 56.9로 3.1포인트 줄었다.
건산연은 이달에도 기업들의 자금조달 상황이 개선되기 힘든 만큼 업황 부진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0월 CBSI 전망치는 78.2로 80을 밑돌 것으로 추정했다.
건설사들의 체감경기는 크게 악화했지만 이와 반대로 분양시장에선 10월 4만7000여가구 규모의 물량이 일반분양을 준비 중이다.
직방에 따르면 10월에는 전국 74개 단지, 총 5만9911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 중 4만7534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1년 전 공급실적(1만6383가구)과 비교하면 3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올 들어 분양시장 침체 분위기가 계속되지만 이처럼 분양물량이 대거 쏟아지는 데는 시장 침체가 상당 기간 이어질 거란 관측에 따라 더 이상 분양을 미루기 힘든 단지들이 연말께 집중된 탓이다.
오는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만큼 이달 또 한 번의 빅스텝(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거란 전망이 짙다. 갈수록 금융 비용 부담이 늘면서 연내 분양물량을 털어내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달 대대적으로 조정대상지역을 해제한 것도 한몫한다. 규제지역에서 벗어난 지역은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늘어나고 청약 및 세 부담 완화 등 규제 수위가 한층 완화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더라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거나 민간택지 전매제한 등으로 기존의 전매제한은 유지되는 사례도 있어 분양권 거래 증가는 제한적일 수 있다"며 "한은이 오는 10월과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고, 최근 분양예정 대비 실적이 저조한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주춤한 분양시장 분위기가 회복될지는 미지수"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