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떠나겠다' 선언한 장제원 의원
지역구에 매진중…매월 '민원의 날' 개최
"지역 구민들은 제 의정 활동의 활력"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으로 꼽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여의도 중심에서 사라졌다. 그는 지난 8월 당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윤핵관 2선 퇴진'을 요구하자 "이번 정권에서 그 어떤 임명직도 맡지 않겠다"고 답한 뒤 공개활동을 중단했다.
이는 권성동 의원과는 정반대의 행보이다. 권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비판에 앞장서며 여전히 활발히 활동중이나, 장 의원은 사실상 두문불출 상태다. 국민의힘이 내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주자들을 둘러싼 하마평이 물밑에서 돌고 있는 가운데 그의 근황에 대한 궁금증도 덩달아 증폭되고 있다.
22일 부산 사상구에서 만난 장 의원은 지역구와 상임위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두 달전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할 때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책무와 상임위 활동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도 전날 국감일정을 마치자마자 부산에 내려온 것이라고 했다.
장의원은 매월 넷째주 토요일을 아예 '민원의 날'로 정해놓고 지역구민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사상구민과의 유쾌한 소통 공간, 장제원의 비전하우스'라는 플래카드를 내건 지역구 사무실에서, 장 의원은 오전 11시부터 6팀이 가져온 민원을 연거푸 맞이했다. 한번 방문할 때 최소 5명에서 최대 10명이 넘는 인원이 장 의원을 찾았다.
지역 장애인보호센터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의 고민부터 재건축 규제, 국제결혼 관련 행정, 지역상권 활성화 방안 등 구민들은 각종 민원부터 다양한 제안까지 쏟아냈다. 장의원은 건설현장에서 임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화물차 운전기사의 사연엔 같이 분개하며 "하청업체로부터 지불받지 못한 임금은 어떤 방식이든 법령 개정을 하든 해결하겠다. 구제 받을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보겠다"고 위로했다.
또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민원인에게는 "제가 3선 의원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처음 발의한 법안이 중증장애인을 배려한 '장애인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제가 관련 사항을 알아보고 더 밀어붙이겠다"라며 약속하기도 했다.
장 의원은 다양한 민원을 들으면서 중앙 행정과 민생 현장의 거리를 많이 체감하는 듯 했다. 국제결혼에 필요한 서류와 법령들이 오히려 국제결혼을 막고 있다는 민원을 들은 장의원은 "입법이라는 좋은 취지가 현장에서 적용이 잘 안 되는 현장의 불합리성을 민원의 날에 많이 듣게 된다"고 말했다. 컵라면과 김밥으로 점심을 허기를 채운 장 의원은 날이 저물때까지 지역구민들의 민원을 들었다.
그의 모습을 보다가 한 지역구민이 "서울과 부산을 오가느라 힘들겠다"고 말했다. 지역구가 수도권도 아니고 부산인데 체력이 달리지 않느냐는 뜻이었다. 이에 장의원은 "사상구민들이 저를 키워줬지 누가 저를 키워줬나요. 7년 전에 무소속으로 나왔을 때 떨어졌다면 지금의 장제원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그의 답은 중앙정치 무대에서 타의에 의해 멀어진 것에 대한 소회로도 들렸다. 장 의원은 "다들 피곤하겠다고 하는데 피곤한 것 하나 없어요"라며 웃었다.
'민원의 날' 행사를 마친 장의원에게 "그래도 아쉬움은 있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지방선거 승리도 야당과의 경쟁도 결국 이 정권의 성공을 위한 것이다. 현 정권이 성공하고, 나라가 다시 달릴 수 있다면 저는 정말로 중앙에서 멀어져도 상관 없다"며 "다 같이 애써서 만든 정권이다. 저는 멀리서 뒤에서 지원하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