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럿코 늦은 교체, 9회말 강공 모두 실패로 돌아가
만약 3차전까지 내준다면 탈락 위기로 내몰려
LG와 키움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 펼쳐졌던 25일 잠실구장.
6-7 한 점 차로 뒤진 LG는 9회말 마지막 공격 때 선두 타자 채은성이 볼넷을 얻어 1루에 안착했다. 무사 1루. 하지만 후속 타자 오지환이 우익수 뜬공, 그리고 문보경이 병살로 물러나며 순식간에 경기가 종료되고 말았다.
당시 장면을 복기해볼 필요가 있는 이유는 LG 류지현 감독의 스타일이 잘 묻어나온 순간이기 때문이다.
먼저 키움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 등판한 김재웅은 채은성을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은 뒤 4연속 볼을 던져 볼넷을 허용했다.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경기, 게다가 9회말 1점 차라는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한 김재웅이었다.
이제 공격팀 감독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 △상대 투수의 제구가 흔들리는 점을 감안, 후속 타자에게 최대한 오래 공을 볼 것을 주문, △동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번트로 1루 주자를 2루에 보낸 뒤 적시타 때 홈으로 불러들이는 것 등이다.
하지만 류지현 감독의 선택은 단 하나, 1루 주자 채은성을 이상호로 교체하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연이어 타석에 들어선 오지환과 문보경은 약속이라도 하듯 초구를 공략했고 결과는 상기 서술한 대로다.
어쩌면 류지현 감독은 머릿속으로 동점을 넘어 역전 끝내기 상황까지 그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수 앞을 내다본 류지현 감독의 선택은 LG의 패배로 이어졌다. 흔들리고 있던 키움 투수의 상황을 고려해 투구를 좀 더 지켜보고, 번트로 주자를 득점권에 갖다 놓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겠지만 부질없는 후회일 뿐이다.
류지현 감독을 놓고 과감함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9회말 상황과 경기 초반 흔들리던 선발 플럿코를 길게 끌고 가다 대량실점을 허용한 점은 궤를 함께 한다.
이에 대해 류지현 감독은 경기 후 “플럿코가 오늘 경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 등판까지 고려해서 공을 더 던지게 하려고 했다. 오늘이 아닌 다음을 고려한 부분이었다”라고 말했다. 류지현 감독의 경기 운영을 보면 포스트시즌이 아닌 마치 정규시즌을 보는 듯 하다.
정적인 스포츠인 야구는 선택의 연속이다. 순간의 선택에 의해 결과가 만들어지고 경기 운명이 좌우된다. 선택에 정답은 없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이 따르고, 그 몫은 오롯이 감독이 짊어져야 한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은 빠른 판단과 결단을 요구하는 무대다. 숲을 보는 것보다 나무를 먼저 보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때가 많았고, 매 경기 총력전을 펼쳐 두산을 7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이 대표적인 예다.
류지현 감독은 이번 3차전에서 다시 한 번 선택의 기로에 놓일 전망이다. 만약 3차전까지 내준다면 뒤가 없는 승부를 펼쳐야 한다. 과연 류 감독은 과감한 선택의 칼을 빼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