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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발 ‘돈맥경화’...한은, 빅스텝-베이비스텝 '기로'


입력 2022.10.28 11:01 수정 2022.10.28 11:03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한은, 6조 유동성 한시적 공급

‘자금경색’ 0.25%P 인상 대두

美 내달 초 자이언트 스텝 유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한국은행

글로벌 경기침체 속 레고랜드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가 겹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긴축 정책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대 고물가와 1440원을 넘나드는 고환율을 해결하려면 금리인상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지만, 자금경색 우려에 한은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28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는 다음달 24일이다. 당초 5%대 고물가와 1440원을 넘나드는 고환율에 한은이 이달에 이어 내달에도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최근 채권시장 돈맥경화로 금리인상 속도 조절론이 급부상했다.


한은은 전날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적격 담보대상 증권에 공공기관채와 은행채를 확대하고, 차액결제 담보 비율을 동결시켰다. 특히 증권사, 증권금융 등 한국은행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대상기관에 대해 6조원 규모의 RP 매입을 한시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일부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6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한 것이다. 해당 안건은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는 논의되지 않던 내용이어서 더 주목을 끌었다.


이를 두고 금리로 돈줄을 죄면서 6조원을 푸는 것 아니냐는 ‘엇박자’ 논란이 일자, 한은은 “이번 조치는 단기금융시장에서의 원활한 자금 순환을 도모하기 위한 유동성조절 차원의 시장안정화 조치로서, 통화정책 기조와 배치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번 RP매입은 무제한 RP매입과 달리 규모가 제한적이고 단기간 환수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한은이 레고랜드 사태로 예정에 없던 총 42조원 유동성 지원에 나서면서, 향후 기준금리 인상 경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시장의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채권 시장에 변수가 생기긴 했으나 다음달 0.5%p기준금리 인상 전망을 유지한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상 경로, 여전한 고환율로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통상적인 (금리인상) 폭으로 잡기 어려울 정도로 물가 상승세가 여전한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정우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은이 11월과 내년 1월 각각 0.25%p씩 올려 최종 기준금리는 3.5%가 될 것”이라면서도 “11월 금리인상이 금리 인상 사이클의 마지막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성장과 금융 리스크로 큰 폭의 금리인상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금통위 내에서도 빅스텝을 두고 상반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이달 빅스텝 결정에 대해서는 주상영, 신성환 2명의 금통위원들이 반대했다. 이들은 0.25%p 인상을 주장했다. 지난 1월 금통위 이후 첫 소수의견이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원들은 우선 내달 초에 예정된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보고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인상)을 단행했는데, 11월도 자이언트 스텝이 유력하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3.00~3.25%에서 3.75~4.00%까지 상승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3일 비상거거시경제금융회의가 끝난 뒤 유동성 국면에서 빅스텝을 위한 전제 조건이 바뀌었냐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통화정책의 기본 전제가 바뀐 것은 아니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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