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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와 엇갈린 반도체 행보, 정공법 택한 삼성전자


입력 2022.10.28 14:07 수정 2022.10.28 14:07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3분기 영업익 10조8520억원...전년 대비 31.4%↓

경쟁사들 잇따른 '감산 계획'에도, 삼성 "감산 안해"

삼성, D램·낸드플래시 원가경쟁력 자신감 피력

향후 시장 회복 대비 투자 변동폭 최소화 방침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한국 반도체 산업의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혹한기에 맞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IT기기 수요 감소 및 소비 위축 영향으로 올 3분기 어닝쇼크급의 실적을 보인 양사가 각각 '투자'와 '감축'이라는 정반대의 결정을 내놓으면서 향후 국내 반도체 시장의 판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3분기 매출 76조7817억원, 영업익 10조852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역대 3분기 최대 실적을 거두며 선방했지만 영업익이 전년 동기 대비 31.39% 급락했다. 2019년 4분기 이후 약 3년 만에 전년 분기 대비 역성장이다. 특히 영업익의 경우 앞서 7일 발표됐던 잠정치보다도 낮았다.


그간 삼성전자의 실적을 견인해왔던 반도체 부문 DS(디바이스솔루션) 사업부 실적 부진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DS부문의 3분기 매출은 23조200억원, 영업익은 5조1200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12.8%, 영업익은 같은 기간 대비 49% 이상 감소했다.


이처럼 감소한 매출과 영업익으로 인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인텔로부터 탈환해 지켜오던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에 내주게 됐다. TSMC는 최근 3분기 매출액이 6131억 대만 달러(약 27조5000억원)라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주력이던 메모리 업황이 둔화하고 거래가격이 떨어지면서 수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반도체가 탑재되는 노트북·스마트폰 수요가 줄어든데다, 소비 위축에 따른 평균판매가격(ASP)이 크게 하락한 것이 영업익 감소폭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4분기 역시 이같은 시황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감산이나 투자 축소는 없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례없는 불황에 탄력적인 대응을 보일 것이라 생각했던 업계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27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시장 수요가 위축된 것은 맞지만 선제적으로 수요에 대비해야 한다"며 "인위적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된 '삼성 테크데이 2022'에서 밝혔던 기조 그대로다.


시설투자(CAPEX) 역시 역대 최대인 약 54조원 수준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투자액인 48조2000억원보다 10% 이상 많은 금액이다. 연간 투자비의 39%에 해당하는 20조원 가량을 올해 4분기에만 투입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한 부사장은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해 적정 수준으로 인풋(input) 투자를 지속하고, 업황과 연계해서 설비투자를 유연하게 운영한다는 투자 기조는 동일하다"며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이익 기반을 만들어나가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경쟁 업체들이 전례없는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잇따라 투자 감축에 나서고 있는 점과 완전히 반대되는 행보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하루 앞선 26일 3분기 실적 발표회를 통해 내년 설비투자액을 기존 계획의 절반으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역시 내년 투자액을 30% 축소하기로 밝힌 상태다.


반면 삼성전자가 경쟁사들과 달리 인위적인 감산없이 반도체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강조한 것은 메모리 업계 1위라는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단기적 수요 부진을 이겨낼 수 있는 원가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한진만 부사장은 "D램과 낸드플래시 둘 다 업계에서 압도적인 원가 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것이 저희의 강력한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모리 업황이 반등할 경우 감산을 택했던 경쟁사들에 비해 빠르게 점유율 확대를 노릴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의 이같은 공격적 행보가 향후 시장 점유율 구조에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현재 삼성은 D램에서 43.4%,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33.3% 점유율을 확보한 업계 1위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이같은 정공법 선택에는 내년 하반기 시장 회복세에 대비한 투자 변동폭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 깔려 있다. 한진만 부사장은 "내년 글로벌 시장에서 데이터센터 증설이 확대될 것이고 신규 프로세서(CPU)를 위한 DDR5 D램 채용도 늘 것"이라며 "지금 시장 수요가 위축된 것은 맞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요 회복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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