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5.40%
7월 말 수신 잔액 117조1964억원
균열은 가장 약한 곳에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아무리 큰 그릇도 그 작은 균열에 깨지는 법이다. 우리가 취약계층을 보호하려는 이유다. 금융시장의 외연이자 최전선에 자리한 저축은행업계에서 위기론이 흘러나온다. 팬데믹 이후 급변하고 있는 모든 여건이 저축은행을 고난에 빠뜨리고 있다. 제2금융권의 일이라 치부하기엔 금융시장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 그리고 저축은행은 서민과 가장 가까운 금융사다. 그들의 불안이 곧 우리의 일이기도 한 이유다. 금융위기란 단어가 맴도는 가운데 고군분투하고 있는 저축은행의 현주소를 점검해본다.<편집자주>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예·적금 이자율을 둘러싼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눈치싸움이 가열되고 있다. 이미 시중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4%대로 올리고 나서자, 저축은행업계도 최고 6%가 넘는 이자율로 맞불을 놓는 양상이다.
하지만 제1금융권인 시중은행까지 경쟁 상대로 등장하면서 저축은행으로서는 출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더 이상 금리를 조정하기엔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체 79개 저축은행 12개월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5.40%로 정확히 1년 전보다 3.15%포인트(p) 급등했다. 지난달 초와 비교해도 한 달 새 1.55%p 상승하는 등 예금 금리 인상 폭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특히 OK저축은행은 지난 28일 부터 OK정기예금, e-안심정기예금 등의 1년 만기금리를 6.50%로 올려 특별판매에 나섰다. 기존 금리 보다 최대 1.3%p 인상한 것이다. 이밖에 애큐온저축은행의 ‘플러스회전식정기예금’은 연 6.2%를, JT친애저축은행의 ‘비대면 정기예금’은 연 6.0%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이 이처럼 공격적인 정기예금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최근 예대금리차 공시까지 공개되면서 수신금리 인상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은행 중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우리은행의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으로 연 4.80%를 제공한다. 지방은행 중에는 전북은행의 ‘JB 1‧2‧3정기예금’이 최고 5.10%를 기록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난색이다. 저축은행이 대출 영업을 하기 위한 핵심 자금조달 수단은 예‧적금으로, 그동안 시중은행보다 수신금리를 높게 설정하며 자금을 모아 왔다.
하지만 시중은행과의 수신금리 격차가 좁혀질수록 저축은행의 조달비용 부담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지난해 대출 최대 금리가 기존 24%에서 20%로 줄어든 점 역시 저축은행이 울상을 짓는 이유다.
저축은행들은 시중금리와의 금리 차가 좁혀질수록 수신 자금이 축소된다고 하소연 한다. 실제 한국은행의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저축은행 업계의 수신 잔액은 117조1964억원으로 전달 대비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저축은행 수신 잔고는 지난 2년 동안 월별 기준으로 1~5%대 증가율을 보였지만, 7월 들어 0%대로 떨어졌다.
일각에선 향후 저축은행이 조달비용 상승을 이유로 대출금리를 높여 수익성 방어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 경우 결국 취약 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키워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인상하면서 저축은행 예금금리 간 격차 축소되고, 이에 따라 저축은행의 자금 조달 능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건전성이 악화되거나 조달 능력이 약화될 경우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최근 금융위원회가 은행과 저축은행의 예대율 규제를 6개월간 한시 완화하기로 하면서 수신금리 경쟁도 한 풀 꺾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은행들이 여유가 생긴 만큼 기존처럼 공격적으로 수신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축은행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 및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이번 규제 완화로 당장의 급한 불은 꺼졌지만 금융시장 불안과 시장 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대출 공급 여력은 줄어들고, 수신 잔액은 감소하고 있어 업황악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속 타는 저축은행③]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