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경제파탄 나기 전에 文의 '법인세 족쇄' 풀어야 [박영국의 디스]


입력 2022.11.07 11:49 수정 2022.11.07 19:28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낙수효과'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

'법인세 인하' 아닌 文 정부 25%로 올린 세율 22%로 '환원'

IMF 시대 재현하지 않으려면 기업 생존에 힘 모아야

주요 대기업 사옥 전경. 왼쪽부터 삼성서초사옥,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LG트윈타워, SK서린빌딩.ⓒ각사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 가혹한 시대가 됐다. 손에 쥔 건 없는데 나갈 건 많고, 자가건 전세건 몸 누일 곳을 마련하기 위해 진 빚은 고금리의 이자가 더해져 몸집을 불려간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낼 세금은 그대로고 남의 세금은 깎아준다고? 부아가 치미는 일이다.


국내 기업들을 대표하는 6개 경제단체가 7일 국회에 법인세 인하 법안을 신속히 처리해 줄 것을 호소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예상했던 대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기사 댓글 등을 통해 비난의 목소리가 들린다. ‘부자감세’라느니, ‘저들이 쌓아 둔 유보금이 얼만데’라느니...


기자 역시 매달 꼬박꼬박 피 같은 돈이 세금으로 빠져나가는 유리지갑을 지닌 직장인으로서 ‘내가 낼 세금은 그대로인데 다른 요인으로 국고가 줄어드는 상황’은 영 마뜩지 않다.


하지만 법인세를 얼마나 줄이건 여전히 세수의 큰 부분을 책임져야 하는 기업들이 망하거나 비틀대는 상황은 더욱 생각하기 싫다. IMF(국제통화기금) 관리 체제를 겪어본 세대로서, 기업 몇 곳이 사라지거나 쪽박을 차면 그 여파가 돌고 돌아 나에게까지 온다는 사실을 알기에 더더욱 그렇다.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소비가 위축되니 장사가 잘 될 리 없다. 여기에 고환율과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수출에서도 재미를 못 본다. 1997년의 악몽을 다시 떠올릴 만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법인세를 깎아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 야당 의원은 정부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25%→22%)로 인해 4년간 약 15조원의 세금이 덜 걷힐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이 대목에서 그 근거(2023년 및 중기 국세수입 전망)를 내놓은 국회 예산정책처의 해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로 법인 영업 실적 증가세가 제약되는 가운데 법인세율 인하 등이 포함된 세법개정안이 향후 세수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해석이다.


법인세 인하와 더불어 기업들의 실적 악화도 세수 감소의 원인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실적 악화로 허덕이는 기업들에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상급 법인세를 계속 물게 하는 건 정부의 세수, 그리고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나아지게 하는 데 도움이 될까?


사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게 대단히 충격적인 친기업 정책도 아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22%였던 것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17년 25%로 올렸고, 지금의 윤석열 정부에서 이를 다시 22%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최고세율을 22%로 낮춰도 여전히 OECD 평균을 상회한다. 2018년 22.1%였던 OECD 국가들의 평균 법인세 최고세율은 지난해 21.2%까지 떨어졌다. 시쳇말로 다들 ‘살찌워 잡아먹자’는 게 대세였는데 우리만 먹이를 빼앗으며 굶기는, 대세에 역행하는 일을 벌인 것이다.


경제계에서 ‘지난 5년간 높은 법인세라는 족쇄를 달고 뛰었다’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한 상황이다.


혹자는 기업들이 유보금을 많이 쌓아두고 있다는 점을 들어 ‘법인세를 낮춰 봐야 낙수효과가 없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물론 법인세를 낮춰준들 당장 내년부터 투자와 고용이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세금 좀 줄었다고 경기 침체기에 호황 때보다 더 많은 돈을 쓸 수는 없지 않은가. 개인 소득이 줄었는데 세금 덜 내게 됐다고 돈을 펑펑 쓰지 않듯이 말이다.


위기 상황에서 기업들이 유보금을 늘리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자영업자도 100% 자기 자본으로 장사를 하는 이는 드물다. 돈의 회전에 문제가 생기고 부채 상환이나 납품 대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망하는 건 자영업자나 대기업이나 마찬가지다.


현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는 낙수효과를 늘리기 위한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한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경제 전문가도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우리만 우상향 경기 그래프를 그려낼 묘수를 찾아낼 순 없다.


다수의 경제 전문가와 시장조사기관들은 아직 본격적인 불황이 오지 않았다고들 한다. 지금보다 내년이 더 힘들다는 얘기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세수의 큰 부분을 담당하는 기업들이 경영악화로 경제와 세수에 악영향을 주는 정도를 최소화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의 풍파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아 경제 시스템을 유지해 주길, 그래서 25년 전과 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길거리로 나앉는 상황을 막아주길 바라는 의미에서 법인세 인하의 언짢음은 조금 참아주는 게 어떨까 생각해본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