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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에 빠진 이란, 불 같은 케이로스 “야유할거면 가라”


입력 2022.11.22 15:05 수정 2022.11.22 15:14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잉글랜드전 패배 후 이란 축구팬들 야유에 격하게 반응

이란 축구대표팀 케이로스 감독. ⓒ AP=뉴시스

이란 축구대표팀도 큰 혼란에 빠졌다.


이란은 21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잉글랜드에 2-6 대패했다.


객관적인 전력상 이란(피파랭킹 20위)이 잉글랜드(피파랭킹 5위)를 이기긴 어렵다고 해도 6골이나 내줄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다. 탄탄하고 끈끈하고 상대를 지치게 하는 ‘늪 축구’를 펼쳐왔던 이란 축구에 어울리지 않는 스코어다.


축구 전문가들은 “이란 선수들이 혼란스러운 자국 내 분위기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잉글랜드의 화력이 강했던 부분도 분명하지만, 이란 국가대표팀이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란 내 상황은 매우 어수선하다.


지난 9월 한 20대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후 의문사한 사건으로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촉발됐다. 이란 정부가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유혈진압,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연대 시위가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주장 자한바흐시의 예고대로 이란 선수들도 자국 내 반정부 시위에 지지 의사의 표시로 경기 직전 국가가 연주될 때 제창하지 않았다. 6골을 내주면서 2골을 넣을 때도 이란 선수들은 세리머니도 하지 않았다.


한 마음을 표시했지만 이란 축구팬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선수들이 더 확실하게 반정부 시위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이란 내 일각에서는 “이란 정부가 잉글랜드, 미국과 대결하는 이란 축구대표팀을 정치적 선전 도구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출전한 대표팀 자체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보내고 있다. FIFA 규정을 지키며 경기장에서 잘해도 야유, 못해도 야유를 들을 수밖에 없는 묘한 상황에 놓였다.


이에 대해 케이로스 감독은 팬들을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


AP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경기 후 케이로스 감독은 “선수들도 이란 내 (시위)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국민들을 위해 뛰고 있다”며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강팀을 상대로 뛰며 2골을 넣은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감쌌다.


이어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 보여준 전폭적 지지가 있어도 모자랄 판에 월드컵 무대까지 와서 야유를 퍼붓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런 팬들은 필요 없다. 야유 하려면 차라리 가라”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국민들이나 선수들이나 감독이나 모두 혼란에 빠진 이란이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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