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조8921억원…전년比 7.11%↑
금리인상 부담에도 마케팅 '총력'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 등에 쓴 판매관리비가 올해 들어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부담과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대내외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과도한 판관비가 수익성의 발목을 잡는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국내 8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하나‧롯데‧BC)가 판관비로 쓴 돈은 총 2조89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1% 늘었다. 판관비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필요한 경비로 판매비와 관리비를 의미하며 급여와 마케팅비용 등이 포함된다.
카드사별로 보면 우선 삼성카드의 판관비가 5589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7%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신한카드의 역시 5327억원으로, 현대카드도 5510억원으로 각각 5.0%와 8.5%씩 해당 금액이 늘며 5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밖에 카드사들의 판관비 지출은 ▲국민카드 4223억원 ▲롯데카드 2671억원 ▲BC카드 2017억원 ▲하나카드 1761억원 ▲우리카드 1823억원 순이었다.
카드사들의 판관비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후 축소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거리두기 해제가 본격화되면서 소비 회복과 함께 크게 늘었다. 실제 지난해 조사 대상 카드사들의 판관비는 총 3조8301억원으로 전년보다 7.26% 증가했다.
카드업계는 올해 판관비 비용 증가 영향 배경으로 소비회복에 따른 마케팅 확대, 회원수 증가 및 신사업 확장을 꼽고 있다.
문제는 대내외적 리스크 영향 등으로 3분기 실적 흐름이 다소 둔화됨에 따라 판관비 지출 증가는 향후 수익개선에 치명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케팅을 확대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등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결제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 점을 감안한다면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비용 구조를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카드사들이 신사업을 확장하면서 리스크 역시 극대화되고 있기 때문에 비적격 비용에 대한 절감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주 수익원인 결제 수수료 등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결국 한계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밖에 부실 차주 증가 역시 카드사들의 수익 악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어 비용절감 필요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BC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 9월 말 기준 대환론 잔액은 9498억원으로, 지난해 말 8837억원보다 7.5%(661억원)가량 증가했다. 대환론은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연체자에게 갚아야 할 대출금을 다시 빌려주는 상품인데, 규모가 늘어난 것은 원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거나 상환 여력이 떨어진 차주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카드 대금 중 일정 비율만 결제하고 나머지 금액은 내달로 미루는 결제성 일부결제금액 이월약정(리볼빙) 잔액 규모도 6조937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역시 카드값을 갚지 못하는 고객이 많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소비가 회복세를 나타내며 카드사들이 마케팅 활동에 전념한 결과, 판관비가 다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내년까지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업황 악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비용 절감을 통해 자본건전성 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