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100명 발령…29일 이사회
숙소 매입·임차비용만 100억대 추정
KDB산업은행이 내년부터 부산·울산·경남 등 동남권 지역의 영업 조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노동조합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사측이 본점의 부산 이전을 강행하기 위해 꼼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금융시장 위기 속 산은 자산건전성 역시 위기감이 감지되는 상황에서, 이를 위한 예산 사용은 우선순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오는 29일 이사회를 열고 동남권 영업조직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조직개편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개편안은 현행 '중소중견금융부문'을 '지역성장부문'으로 바꾸고 관련 부서 인원을 부·울·경 지역에 근무하게 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역성장부문 아래 IB부문 동남권투자금융센터를 신설하고, 현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있는 해양산업금융실에 금융 2실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 내년 1월 말부터 본점 직원 100여 명을 이들 지역에 발령할 예정이다.
산은 관계자에 따르면 동남권 영업조직 확대 절차에 최소 수백억대 예산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산은 이전준비단 테크스포스는 100명 규모 직원들의 숙소 매입·임차를 위한 자본 예산, 일반관리비 예산 수립을 유관 부서에 지시했다.
발령 직원들이 쓰게될 숙소로 4~5억원대 아파트 13채를 임차하고 원룸 70채를 매입하는 조건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1채 임차 당 4억원, 원룸 1채 매입 당 1억원으로만 대략 잡아도, 예산으로 120억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 들어가는 인테리어 공사비, 비품·IT·보안장비 구입, 차량 리스, 이사 비용 등을 합하면 수백억대까지 이를 수 있다.
산은은 동남권 이전 예산을 경상 예산과 달리 독자적 산업으로 구분해 예산을 편성하고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산은법상 명시되지 않은 업무와 이에 따른 예산 사용 시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내년 예산안에 동남권 이전 관련 예산을 신설해 승인받는다는 얘기다.
산은 노조는 이 같은 조직개편안 추진을 두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조윤승 금산노조 산은지부 노조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 금융시장은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 영구채 콜옵션 미행사 등으로 일촉즉발의 위기상태에 처했다"며 "이런 경제 상황에서 위기를 막고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산은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은 분명한 범죄이며 여기에 동참하는 이사회 이사들은 배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국정감사에서 여러 차례 지적됐듯 산은법 개정 이전에 무리하게 강행하는 행위는 직권남용이고, 강 회장은 국회에서 거짓말한 위증의 책임도 있다"며 "우리 산은 노조는 이런 파렴치한 행위에 결코 묵과하지 않고 이사 개개인에게 위증, 직권남용, 배임 등 각각의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산은의 BIS비율이 13%를 밑돌 가능성 등 자산건전성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런 예산집행이 우선순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BIS비율은 국제결제은행이 정한 은행의 위험자산(부실채권) 대비 자기자본비율로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다.
강 회장은 이달 초 임원회의에서 "한국전력 적자, 고환율, HMM 주가 하락 등의 요인으로 BIS비율 13%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강 회장은 "신종자본증권 발행, 대손충당금 환입, 현물출자 납입 등 가능한 모든 방법과 수단을 이용해 BIS비율 방어에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산은 관계자는 "한전 적자, 증시 평가손, 아시아나 대한항공 합병 무산 가능성 등 재무 부담이 쌓이는 와중에 동남권 영업조직에 쓰일 수십억원, 수백억원대 이전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