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전 0-2 완패 뒤 팀원끼리 "늙었다" 저격 파열음
‘FIFA랭킹 2위’ 벨기에가 모로코(22위)에 패한 뒤 내분에 휩싸였다.
벨기에는 27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2 FIFA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모로코에 0-2 완패, 조 3위(1승1패)로 추락했다.
F조 탑시드를 받은 벨기에는 1차전에서 캐나다를 가까스로 꺾었지만, 2차전에서 모로코를 상대로 1골도 넣지 못하고 졌다. 2018 러시아월드컵 4강에 올랐던 벨기에의 모로코전 완패는 이변에 가깝다.
크로아티아-벨기에를 상대로 1패도 당하지 않은 모로코는 캐나다와의 최종전을 앞두고 있다. 지금의 기세를 떠올릴 때, 모로코가 36년 만에 16강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모로코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벨기에의 브뤼쉘 등에서는 승리에 취한 모로코인들이 벽돌로 유리를 부수고 차에 불을 지르는 난동을 일으켰다.
벨기에 축구대표팀 내부도 소란스럽다.
2018 러시아월드컵 준우승팀이자 현재 조 1위를 달리고 있는 크로아티아(승점4)와의 최종전을 남겨둔 벨기에는 지면 탈락, 비겨도 골득실차 등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입장이다. 합심해 마지막 경기에 총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벨기에 축구대표팀 내부에서는 파열음이 일고 있다.
이를 놓고 외신들은 ‘노쇠한 황금세대들의 내분’이라고 표현한다.
벨기에 대표팀 내 최고령 얀 베르통언(35)은 모로코전 패배 후 데일리 메일과의 인터뷰에서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며 “우리가 너무 늙었기 때문에 위협적인 공격을 하지 못한 것 같다”고 혹평했다.
캡틴 에당 아자르는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월드컵이 우승 적기였다”고 말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센터백들을 보유하지 못했다. 그 점은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수비진을 겨눴다.
팀 내 공격진과 수비진이 서로를 “늙었다”고 표현하면서 디스하는 모양새다.
“늙어간다”는 표현이 벨기에 대표팀에서 나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케빈 더 브라위너도 캐나다전에서 간신히 승리를 따낸 뒤 “(벨기에에서는)맨체스터 시티와 같은 방식으로 경기할 수 없다”며 “우리에게 기회는 2018 러시아월드컵이었다. 좋은 팀이지만 우리는 늙어가고 있다. 핵심 선수들이 빠진 자리에 우수한 선수들이 왔다고는 하지만 2018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깎아내렸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벨기에 감독은 이런 인터뷰에 애써 불쾌한 심정을 감추고 있다.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서 하나가 되어도 모자랄 판에 서로가 서로를 깎아내리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벨기에가 크로아티아를 이기긴 어렵다. 전문가들은 “캐나다에 지면 탈락이다. 벨기에 축구의 몰락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