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해임안 예고…탄핵소추까지 거론
예산 '삭감'만 한 野 수정안 처리 엄포도
'선 예산 후 국조' 여야 합의 좌초 위기
與, 비공개 중진 간담회 등 대응책 고심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내년도 예산안을 함께 처리하자는 여야 원내대표 합의문이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파기될 위기에 놓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파면을 요구하며 해임건의안을 처리하겠다고 나선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전 주무장관 해임 요구는 '정략' 외에 다른 목적이 없다고 보고 강력 저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9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한 주호영 원내대표는 "정권이 바뀐 이후 민주당 행태를 보면 몽니, 갑질 힘자랑, 이재명 방탄, 대선불복 딱 네 개의 키워드로 모두 읽을 수 있다"며 "국민의 뜻에 따라 정권이 바뀌었으면 정권이 일하게 도와줘야 하는데 사사건건 발목잡고 정부가 잘하는 꼴은 못 본다는 심사"라고 성토했다.
앞서 여야는 24일부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시작하되, 기관보고와 청문회 등 일정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 직후 진행하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한 바 있다. 그런데 합의 다음 날인 지난 25일 민주당에서 이상민 장관의 파면을 요구하며 제동이 걸린 상태다. 국민의힘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주무장관 파면 요구는 합의를 전면 깼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철회하지 않을 시 보이콧을 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하지만 민주당은 전날 오후 당 고위전략회의를 통해 오는 12월 2일 본회의에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기로 의견을 모은 뒤 이날 의원총회를 통해 당론으로 채택했다. 국무위원 해임건의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발의, 과반 찬성으로 가결시킬 수 있어 민주당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이 해임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장관 탄핵소추에 나서겠다는 의중도 내비쳤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도 '민주당 수정안'을 단독 처리하겠다는 으름장도 놨다.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증액은 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반대로 감액은 동의가 필요 없다는 점을 이용하겠다는 게 요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우리가 가진 권한을 행사해 증액을 못 할지라도 옳지 않은 예산을 삭감하는 민주당의 수정안을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안으로 우리는 갖고 있다"고 엄포를 놨다.
국민의힘은 이 장관 해임건의안은 물론이고 민주당 예산안 수정안도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일 경우, 소수당으로서 저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비공개 중진의원 간담회를 시작으로 대응 전략 모색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탄핵소추 등) 수단을 취할 때 소수인 우리가 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최종적으로 민심이나 국민 여론이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노력 끝에 협치 분위기가 마련됐고, 타협과 협상으로 어려운 정국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강경론자들이 득세하며 정치는 없어지고 강대강으로 가는 것은 국민과 민주당에도 좋지 않다"며 "입으로는 민생을 외치지만 결국은 윤석열 정부에 타격을 입히고 그를 통해 이재명 대표 수사의 시선을 돌리고 방탄하겠다는 것을 국민들께서 다 알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언석 원내수석도 "절대다수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의 횡포가 극에 달하고 있다"며 "합의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책임부터 지라며 행안부 장관을 해임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정조사 합의를 파기하겠다는 선언이자 압도적 다수 의석을 앞세워 헌법과 법률을 유린하는 무자비한 횡포"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대선불복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한민국 체제에 대해 부정하는 것인지 답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