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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다시 세우자" 독일서 무장쿠데타 모의 세력 체포


입력 2022.12.08 18:53 수정 2022.12.08 21:14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총리 처형 뒤 帝政 국가로"…추종세력 2만 1000명 추산


무장한 경찰관들이 7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국가전복 계획을 세운 하인리히 13세 왕자라고 주장하는 남성을 체포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독일에서 무장 쿠데타를 계획하던 극우파 반정부세력 25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자칭 하인리히 13세 왕자라고 주장하는 인물을 지도자로 내세워 새 국가를 세우려고 한 것으로 알려져 독일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영국 BBC방송,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경찰은 7일(현지시간) 오전 독일 전체 16개주(州) 중 11개주 내 130여곳 일대에 경찰 3000여명을 투입해 ‘제국시민’(Reichsbuerger) 운동 관련자 25명을 체포했다. 제국시민 운동은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독일의 ‘제2제국’을 추구하는 운동으로 1871년부터 1차 세계대전 패전 직전까지 성행했다. 현재 2만 1000명 정도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연방 검찰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지난해 11월부터 무장 쿠데타를 준비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의사당을 습격해 올라프 숄츠 총리를 처형하고 의원들을 체포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가짜 국가를 해체하려면 살인을 동반한 폭력이 불가피하다고 이들은 믿었다.


경찰은 체포 과정에서 무기 50여 점을 발견했다. 검거된 25명 중에는 과거 독일 중부 지방을 수백년간 통치한 귀족 가문의 후손이자 자신을 ‘하인리히 13세 왕자’라 부르는 71세 남성도 포함됐다.


이들은 국가 전복 뒤 1871년 독일을 모델로 한 새로운 국가를 만들고, 하인리히 13세를 새 지도자로 세우려 했다고 BBC 등은 전했다. 검찰은 용의자들이 지난 4월 코로나19 봉쇄에 반대하며 독일 보건부장관을 납치하려다 체포된 극우단체 ‘베린트 패트리엇’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용의자 중에는 특수부대 출신의 전직 엘리트 군인과 현역 군인들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용의자들은 정부전복 이후 새 질서를 수립하기 위해 러시아 당국자들과 접촉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실제로 검거된 용의자 중에는 러시아 측과 접촉을 시도한 러시아 여성도 있었다. 그러나 베를린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테러단체 및 기타 불법 단체대표들과 접촉하지 않았다”며 연루설을 즉각 부인했다.


무장한 독일 경찰들이 7일(현지시간) 튀링겐주에 있는 바트로벤슈타인에서 '제국시민' 운동관련자 체포작전을 벌이고 있다. ⓒ AFP/연합뉴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과 러시아의 연관성을 묻는 말에 “이는 독일 내부의 문제다. 러시아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독일 검찰 역시 러시아가 이들의 쿠데타 계획을 지원했다고 믿을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제국시민 운동을 추종하는 이들은 이렇다 할 전국 단위조직은 없지만 곳곳에 소규모 집단으로 산재해 있으며, 독일 정보당국은 이들이 점차 극단화하며 위험해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자체 화폐를 찍고 신분증을 만들면서 자치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이며, 올해 초에는 작센 지역에서 땅을 매입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일부는 납세를 거부하거나 지역 당국에 편지를 무더기로 발송해 행정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제국시민' 조직원 중 약 500명은 지난해 말 현재 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2016년에는 경찰이 이들의 무기고를 급습하는 과정에서 제국시민 조직원 1명이 경찰을 총격 살해했고, 이후 경찰은 1000여명을 상대로 총기면허를 박탈했다. 이들이 지난해 일으킨 강력범죄 건수는 100여건으로, 1년 전보다 두배가 된 것으로 집계됐다.


제국시민 운동 가담자 2만1000 명 가운데 5%는 극우 성향의 극단주의자이며 10%는 잠재적 폭력배로 분류된다. 이들을 추적해 온 음모론 단체 전문가 미로 디트리히는 최근의 코로나19 사태로 이들이 더 극단화됐고 추종세력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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