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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커스텀, 자신의 색을 입혀보세요"... 독특함에 미치다 [ASK To :]


입력 2022.12.12 17:04 수정 2022.12.12 17:14        옥지훈 기자 (ojh34522@dailian.co.kr)

성숙도 낮은 커스텀 문화... "자신만의 개성을 당당히 드러내야"

'한 사람의 발자취' 신발 복원까지... "결혼식에도 조던 신었죠"

'친구' 비펠라, 상상력 프로젝트... "커스텀은 일상적인 부분에서 창조"


가치는 상대적이다. 값어치를 매기려면 평가해야 한다. 한정적인 상품은 소수만이 가질 수 있다. 상품의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면 덩달아 수요가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합리적 소비만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점차 깨달았다.


기성화 제품이 주는 간편함은 이내 지루함을 가져다 줬다. 스페인 패션 디자이너 미겔 아드로베르 (Miguel Adrover)는 자신의 패션쇼에서 루이비통이나 버버리 같은 명품 기성복을 해체해 재해석하기도 했다. 디자이너가 기성복을 재가공한 새로운 형태. 커스텀(Kustom)의 신호탄이 켜졌다.


11월 30일 경기도 일산 비펠라 사무실. 인터뷰에 앞서 안재복 대표가 신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 나라가 유튜브 캡쳐

11월 30일 경기도 일산. 안재복(37) 비펠라(B fella) 대표가 불러준 작업장은 들어가기도 전에 시너향이 진동했다. 망가진 신발이나 어디에도 없는 신발은 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는 'B fella' ('Be'와 'Fella'를 합친 친구다)의 뜻을 설명했다. 커스텀은 고객의 신발 각자 개성에 맞춰 다시 살리는 일이다. 친근감과 개성을 이끌어내는 힘은 그의 무기다.


■ 개성 넘치는 힘... "다람쥐 챗바퀴같은 삶에서 찾은 기회"


안 대표는 한 SPA 브랜드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SPA 브랜드는 디자인부터 제조·판매까지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맡는다. 그가 입고 있는 옷차림과 독특한 신발. 첫 직장은 자유로운 개성보다 철저한 관습이 더 중요했다. 그 길로 퇴사 후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돈을 벌 수단을 찾다보니 조던 농구화 리셀러를 했었는데, 직업으로 삼을 수는 없더라고요. 좀 고민하던 찰나에 스니커즈를 저에게 구매하시는 분들이 어떻게 신발을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안 대표는 스니커즈를 관리하는 방법을 해외 유튜브를 통해 답습했다. 그는 "미국은 스니커즈 문화와 시장 자체가 훨씬 더 크게 되어 있다"며 "신발을 관리하는 법을 알려주는 해외 유튜버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들에게 노하우를 배웠다"고 말했다. 노하우를 국내에 알리면서 직업으로 삼기까지. 그는 9년 차 대표가 되었다.


ⓒ 비펠라 제공

■ 타 국에 비해 성숙도가 낮은 커스텀 문화... "자신만의 개성을 당당히 드러내야"


제품 시장에도 '비스포크'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비스포크는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맞춤으로 생산한다. 커스텀이 아닌 퍼스널 이미지. 안 대표는 국내 커스텀 문화 성숙도를 이렇게 진단했다.


"다른 사람 말에 귀 기울여서 생각을 바꾸는 것이 많이 있어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기존에 이미 비싸고 인기가 많은 모델에 어떤 새로운 커스텀을 갖다 붙이면 이상하게 보는 게 일반적인데, 커스텀 문화가 잘되어있는 일본 같은 경우는 내가 원하는 거니까 맞춰서 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해요"


그는 고객과 신발 커스텀 작업 이후에도 소통한다. "(작업한)신발 잘 신고 계시냐 물으니, 안 신고 있다 하셔서 왜 안 신고 계시냐고 되물었어요. 그랬더니 주변에서 너무 뭐라 한다고..." 그는 작업한 신발이 사용되지 않았다는 말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쓰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씁쓸함. 타인의 평가에 움츠러든 고객의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이 두 손에 묻어 났다.


그는 "남들이 하는 걸 따라하다가 인기가 식고 옆에서 별로다 하면 안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외국에서 하는 것들을 우월하고 대단한 것이고 우리나라에서 하는 건 아직 뒤쳐졌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먼 나라 프랑스 손님 일화를 설명하기도 했다. "한 프랑스인이 저에게 의뢰를 맡겼어요. '이래저래 80만원 든다, 그런데 왜 우리한테 맡기냐' 물었더니 '예전부터 지켜봤는데, 잘하는 것 같다. 프랑스에는 아직 복원 전문점이 잘 안되어있다' 하더라고요." 그는 명품의 고장인 프랑스에서 기술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며 자긍심을 가졌다. 한 개인의 의뢰지만, 국가로서 인정받은 느낌이라 했다.


■ '한 사람의 발자취' 신발 복원까지... "결혼식에도 조던 신었죠"


'아버지의 신발'이라고 하면 노고가 떠오른다. 신발은 한 사람의 발자취다. 발자취를 복원하는 것. 안 대표는 복원 작업 중 기억남는 일화가 있냐고 묻는 기자의 말에 머뭇거림 없이 말했다.


"오래된 나이키 에어맥스 운동화였는데, 오래되면 창이 삭아 버리는 제질이에요. 그런데 할머니께서 직접 전화를 주셔서 어떻게 든 살리고 싶다고 이야기 하시더라고요. 근데 이걸 살리려면 그대로 다른 에어맥스를 사오셔야 된다. 그럼 비용이 신발 가격보다 비싸질 것이다 했더니, 돌아가신 남편 분께서 사주신 거라 생각도 많이 나고 이 신발을 신고 싶다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해드렸죠"


ⓒ 비펠라 스튜디오 인스타그램 캡쳐

안 대표는 결혼 이후 신혼여행에서 겪은 일도 소개했다. 지인들에게 빗발치는 연락과 함께 미국 유명 사이트에서 올라온 그의 결혼식 사진이었다. 보통 예복에 구두를 신는 것과 달리 그는 1985년 에어 조던1 시카고 모델 밑창에 덩크 모델 창을 커스텀해서 신었다. 결혼식 사진이 화제가 됐다.


안 대표는 스니커즈에 관한 일화에서 한 노부부의 추억과 이제 막 시작하는 부부의 추억까지 경험했다. 그가 일을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이유다.


비펠라 작업장서 신발 커스텀 작업을 하고 있다. ⓒ 나라가 유튜브 캡쳐

■ '친구' 비펠라, 상상력 프로젝트... "커스텀은 일상적인 부분에서 창조"


상상력 프로젝트는 사람마다 놓치고 있는 자신의 개성을 일깨워주기 위한 도전이다. 다양한 커스텀 디자인을 선보여 아이디어를 드러낸다. 기존에 나왔어도 원하는 방식 '비펠라'로서 재해석한다.


개성을 이끌어내는 힘은 일상에서도 계속된다. 영감은 모방에서 투영돼 창조로 이끌어진다. 안 대표는 다양한 상상력을 선보이고 개인 스스로 개성을 찾길 바라고 있다.


"창조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저희 비즈니스 모델과는 맞지 않아도 우리가 하고 싶은 일들을 계속 선보이면 아이디어를 보고서 의뢰를 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저희가 어떤 사람들인지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 나라가 유튜브


옥지훈 기자 (ojh3452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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