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이사회 신중론 속 “내년 1월 논의”
손 회장 연임 여지 남아…내년 2월 임추위
금융당국 마찰 속 고려 요인 많아 결정 어려워
금융당국으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거취를 두고 장고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16일 우리금융 이사회는 손태승 회장의 연임 여부를 내년 1월에 논의한다고 밝혔다.
이사회 멤버인 박상용 사외이사는 이 날 “금융위가 최종 결정한 라임 펀드 관련 중징계를 회사나 손태승 회장이 수용할지 여부는 내년 1월이 돼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할 요소들이 많아 연내 결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금융권에서는 전날 금융당국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손 회장이 이날 거취 등 입장 표명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 회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DLF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로 중징계 처분을 받는 등 사법리스크에 시달려왔다. 금융사 임원이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경우 3~5년간 취업이 제한돼 연임이 불가능하다.
손 회장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적 다툼을 해왔다. 치열한 법리 싸움 끝에 대법원 2부는 전날 관련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도 1· 2심에 이어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재판부는 ‘금융상품 선정절차 마련의무 위반’은 인정되나 현행법상 내부통제기준 등에 대한 ‘준수 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감원이 손 회장 등에 징계를 내릴 근거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손 회장이 연임 걸림돌 하나를 덜어내면서 거취 표명에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당초 손 회장이 재임 시절 우리금융의 숙원이었던 완전민영화를 이끌어 내고 역대급 실적 달성을 이어온 만큼 연임에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위가 지난달 9일 1년 6개월 동안 미뤄왔던 라임펀드 징계를 손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갑작스레 결정하면서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의 엄중함을 경고하며 우리금융측의 행정소송 제기 가능성에 대해 “당사자(손 회장)가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사실상 연임 불가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이다.
당국의 최고경영자(CEO) 교체 메시지는 금융권을 강타했다. 5대 금융지주 중 2곳의 수장이 바뀌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차기 회장에 관료출신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정을 내정했다. 신한금융에서는 재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회장이 자진 용퇴하고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으로 발탁됐다.
신한금융은 재일교포 영향력이 강한 지배구조 덕분에 타 금융지주보다 외풍에 자유롭지만 금융당국 기조를 의식해 선제 대응했다는 해석이다.
이같은 이유로 손 회장의 연임은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실패는 물론 라임펀드 중징계 취소 소송이라는 벽을 또 다시 넘어야 한다.
DLF 승소로 라임펀드 중징계에서도 유리한 입장에 섰지만 거듭되는 금융당국과의 대립상태는 손 회장은 물론 그룹에서도 부담이 크다.
전방위적 압박 속에서도 손 회장은 재연임의 끈을 놓지 않았다. 손 회장이 결단을 내리기까지 아직 시간은 남아있다. 행정소송 신청 마감일은 ‘처분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로 정해져있다. 연임을 위한 임추위(임원후보추천위원회)도 내년 2월께 열린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역시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중이다. 당국과 연이어 대립각을 세우자니 부담이지만 손 회장이 법적 대응을 나서지 않으면 이 또한 배임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박상용 사외이사는 손 회장의 거취 논의가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당국과의 마찰 하나가지고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려할 요소가 많아 속전속결로 결정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내부서도 손 회장에서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우리금융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완전민영화를 이룬 우리금융의 CEO 선임에 관치가 작용한다면 이는 현 정부가 내세운 법치나 시장 자유주의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능력도 명분도 없는 친정권 인사가 내려온다면 강력한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