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특별위원회가 지난해 미 의사당 폭동 사태를 선동한 혐의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기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 의회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처벌을 권고한 것은 미 역사상 처음이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마 하원 특위는 19일(현지시간) 마지막 회의를 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우성향 지지자들이 지난해 1월6일 자행한 의회 난입 사태를 두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채택했다.
특위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반란 선동 및 방조, 의사 집행 방해, 미국을 속이고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한 음모 등 4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했다. 미 민주주의를 위협한 범죄 규모를 감안하면 형사처벌 권고가 필요하다는 게 특위 측의 결론이다.
특위는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으며, 1·6 의회폭동 사태 진상규명을 위해 지난 18개월 동안 10차례 공개 청문회를 개최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족 및 측근, 트럼프 행정부 백악관 및 정부 핵심 관계자 등 1200명 이상을 인터뷰했다.
특위는 이날 154페이지 분량의 보고서 요약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선거일 밤부터 1월6일, 그리고 그 이후까지 의도적으로 거짓 선거 부장 주장을 확산했고, 이같은 거짓 주장이 그의 지지자들이 1월6일 폭력에 가담하도록 부추겼다”고 밝혔다.
특위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투표 당일 선거 사기를 주장한 것은 즉흥적인 결정이 아니었다. 사전에 계획된 것이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동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TV로 이를 시청했다”고 지적했다.
특위는 그동안 수집한 증거와 인터뷰 내용, 특위의 활동내역 등을 담은 최종 보고서는 21일 공개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특위가 1월 6일 발생했던 진실에 다가서는 매우 중요한 초당적 성취를 이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점을 매우 분명히 해 왔다”며 짧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공화당 소속 리즈 체니 특위 부위원장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도들을 즉각 막으려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명백히 직무를 유기했으며, 어떤 공직에도 적합하지 않다”며 “그와 같은 상황에서 그 같이 행동하려는 어떤 사람은 어떤 공직에도 다시는 봉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특위 결정은 어디까지나 상징적 조치로 법무부가 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의회 차원에서 전례없이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처벌을 권고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따를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주목할만한 선례를 남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 여부와 관계 없이 이번 조처는 그가 차기 대통령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특위의 노력”이라고 평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즉각 반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터무니없는 당파적 결정”이라며 “특위가 민주당을 위해 정치적 이익을 창출하고, 불리한 정치집단에는 낙인을 찍으려 시도하고 있다. 미국인의 지성을 모욕하고 미 민주주의를 조롱하고 있다”고 강력 비난했다. 일각에선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차기 의회에서 이번 특위 조사내용을 뒤집으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