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장 한용구·하나은행장 이승열
50대·예상 밖 인사, 변화와 쇄신 추구
시중은행장 인사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그룹 관치(官治) 논란 속에서 5대 금융그룹 중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이 행장을 교체했다. 그룹 대표 재무통 혹은 영업통을 배치하며, 불확실성 속에서도 수익성 강화를 지속하겠다는 메시지가 읽힌다. 기존 하마평에 언급되던 유력 인사가 아닌 예상 밖 인물을 발탁하면서 ‘변화’와 ‘안정’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 전날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 회의를 열고 차기 신한은행장 최종 후보로 한용구 영업그룹 부행장을 선정했다. 차기 신한은행장에 단독 후보로 추천된 한 부행장은 그룹 내 영업 전략과 추진 등 전문성을 인정받은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통한다.
한 내정자는 1991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줄곧 인사와 영업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2008년 신한은행의 일본 현지법인인 SBJ은행 설립 당시 인사와 조직설계를 담당한 인연으로 ‘일본통’인 진옥동 회장 내정자의 신임을 받아왔다는 후문이다.
특히 한 내정자는 그룹 핵심계열사인 신한은행 영업을 총괄하며 지난해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 아울러 지주회사 원신한전략팀 본부장, 신한투자증권 부사장(경영지원그룹장)을 거치며, 그룹사 협업체계를 경험하고 변동성이 확대되는 위기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적임자로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신한보다 앞서 은행장을 교체한 하나금융지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그룹 임추위)는 차기 하나은행장으로 이승열 현 하나생명보험 사장을 낙점했다. 1963년생인 이 후보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으로 한국외환은행에 들어와 하나은행 경영기획그룹장, 하나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 그룹인사총괄 등을 역임했다.
그룹 임추위는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안정적으로 영업력을 강화하고 위험관리,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적합한 인물을 선정했다”며 이 후보자의 전략적 방향과 리스크 관리 능력, MZ세대를 포함한 전 조직 구성원들의 소통 능력을 높이 평했다.
무엇보다 이 후보의 선임과 임기가 확정되면, 첫 외환은행 출신 하나은행장이 탄생한다.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적 노력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연말 임기만료를 앞둔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의 거취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당초 업계는 과거 농협은행장이 연임 사례가 거의 없었고, NH농협금융 회장이 최근 외부출신 인사로 교체되며 권 행장의 연임이 불투명한 것으로 점쳐왔다. 차기 농협은행장에는 이석용 농합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 배부열 농협금융 부사장, 임동순 농협은행 수석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내부 조직 안정을 위해 권 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농협금융지주는 조만간 농협은행, 농협생명, NH벤처투자 등의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 계열사 CEO 인사도 한 치 앞을 알수 없는 형국이다. 올해 3월 선임된 이원덕 우리은행장의 임기는 오는 2024년 3월 말까지로 변화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 행보에 제동이 걸리면서, 차기 그룹 회장 후보로도 언급되고 있다. 이 행장은 취임 후 ‘700억 횡령 사건’이라는 암초를 만났으나, 우리은행 실적을 만년 4위에서 3위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임기는 내년 12월까지로 거취에는 변동 없을 전망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임기가 약 11개월 남은 만큼, KB금융은 5대 금융그룹에서 유일하게 인사 외풍에서 비껴났다. KB금융은 지난 15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둔 8곳의 계열사 대표 중 7곳의 대표를 연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