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매체와의 인터뷰서 "계약 기간에서 이견 차"
"한국 국민들의 열성적인 응원, 선수들 희생할 줄 알아"
파울루 벤투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한국을 떠난 이유를 직접 밝혔다.
벤투 감독은 24일(한국시간) 자국 언론인 헤코르드와의 인터뷰에서 "대한축구협회와 지난 4월 재계약과 관련한 사항을 처음 얘기했고 당시 협회 측은 우리와의 동행을 원했다"며 "9월에 열린 재협상에서는 계약 기간을 두고 이견이 있었다. 결국 (떠나기로)마음을 굳혔다"고 밝혔다.
축구협회 역시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 뒤 벤투 감독과의 재계약 협상 과정에 대해 밝힌 바 있다. 협회 측은 2023 AFC 아시안컵(개최 시기 현재 미정)까지 1년간 동행한 뒤 대회 결과에 따라 계약을 연장하는 1+3년의 계약기간을 제시했다. 하지만 4년 기간을 오롯이 보장 받고 싶었던 벤투 감독이 이를 거절한 것.
사실 조건부 계약은 벤투 감독 입장에서 굴욕이나 다름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축구협회의 사정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단 축구협회는 벤투 감독이 한국 축구 역사상 최장기간, 최다승 등의 업적을 세운 점을 높이 샀다. 그리고 재계약을 제시했을 당시에는 한국 축구가 카타르 월드컵서 어떤 성적을 낼지 가늠하기 어려운 시기였다. 또한 벤투 감독은 월드컵이 열리기 전까지 이강인을 외면하는 등 선수 운용을 놓고 폐쇄적이라는 지적도 바던 와중이었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에 대한 좋은 기억만 안은 채 포르투갈로 떠났다.
벤투 감독은 지난 4년에 대해 “한국인들은 나에게 엄청난 존중과 애정을 보여줬다. 팬들의 이와 같은 응원을 뒤로 하고 떠나는 것이 사실 어려웠다”라며 “떠나는 날에도 많은 팬들이 공항까지 찾아와 작별 인사를 해줬다. 내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을 장면”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 선수들은 희생할 줄 아는 남다른 프로 정신을 갖고 있다. 그들은 항상 팀만을 생각했다”라고 손가락을 치켜 세운 뒤 “2018년 한국에서의 여정을 시작할 때부터 기술 부문 조직과 실무진 간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우리가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 중요하고 주목할 요소였다”라고 돌아봤다.
한국 축구의 16강 진출을 이끈 벤투 감독은 ‘성공’이라는 뚜렷한 업적을 달고 차기 행선지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유럽 내 클럽 또는 다른 국가 대표팀 등의 선택지가 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선호하는 쪽은 딱히 없다”라고 "월드컵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휴식을 취하며 다가오는 일을 기다릴 생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