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경영환경 악화…위기돌파 대응 부담 감안한 듯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을 비롯한 재계 주요 인사들이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총 출동했다.
경제계 신년인사회는 기업인과 정부 주요인사 등이 참석해 새해 정진과 도약을 다짐하는 활기찬 행사지만 이날 행사장을 찾은 총수들은 하나같이 굳은 표정이었다.
행사 시간인 오후 4시보다 다소 이른 3시 18분께 코엑스로 들어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새해 경영전략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앞서 사흘 전에 동남아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 회장은 취재진에게 “연말 마지막 날까지 수고가 많다. 새해에도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전했다.
이날 삼성전자 시무식에서도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이 신년사를 전했고, 이 회장 명의의 신년사 발표는 없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오른 뒤 대외적 메시지를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행사의 호스트 격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행사장에 들어서는 상황에서는 별다른 언급을 남기지 않았다. 이날 오후 3시 24분께 등장한 최 회장은 “수고 많으십니다”는 말만 남기고 입장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29일 대한상의 회장 명이 신년사를 통해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 제도적 뒷받침을 당부한 데 이어, 지난 1일에는 SK그룹 회장 명의의 신년사를 통해 ‘관계’를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제시했다.
오후 3시 15분께 등장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특유의 굳은 표정을 유지한 채 빠른 걸음으로 행사장에 입장했다.
정 회장은 오는 3일 경기도 화성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리는 신년회에 참석해 직접 신년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4대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오프라인 신년회에서 경영 전략을 언급할 예정이라 이날 신년인사회에서는 말을 아낀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LG 회장은 이날 오후 3시 20분께 신년인사회 행사장을 찾아 별다른 언급 없이 입장했다. 구 회장은 20일 일찌감치 신년사를 담은 디지털 영상을 전세계 LG 임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전달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경영환경이 어려운 상황이라 총수들의 표정이 어두웠던 것 같다”면서 “수많은 종사자들이 딸린 기업을 이끌고 위기를 돌파해야 하는 무거운 마음을 대변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제계 신년인사회에는 이들 4대그룹 총수 외에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허태수 GS 회장, 권오갑 HD현대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구자은 LS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이 총 집결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 6단체장들도 모였다.
올해 신년인사회는 대·중소기업이 함께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는 취지에서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공동으로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