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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팀이냐!” 팬들도 에이스도 부끄러워 하는 프로구단[기자수첩-스포츠]


입력 2023.01.07 07:01 수정 2023.01.07 23:29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윗선 개입과 권순찬 전 감독 경질 등으로 팀 분위기 깨져

에이스 김연경이나 홈팬들도 팀 결정에 반발하며 "부끄럽다" 반응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과 해명, 리그에 부정적 영향 미친 구단 운영 주체 자격 미달

김연경 ⓒ KOVO

“이게 팀이냐. 선수들만 불쌍하다. 이런 팀 보려고 응원했던 내가 (지인들에게)부끄럽다.”


팬들의 인기를 먹고사는 프로구단(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을 향해 일부 팬들이 뱉은 말이다.


‘배구 여제’ 김연경 복귀 효과를 톡톡히 누리던 흥국생명이 스스로 발등을 찍었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내고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의 동반 사퇴를 전했다. 사퇴라고 포장했지만 사실상 경질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권순찬 감독이 이끌던 흥국생명은 V-리그 2위를 달리며 ‘1강’ 현대건설과 우승 경쟁 중이다. 올 시즌 매진 두 차례 포함 관중 동원에서는 1위다.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성적이든 흥행이든 모든 면에서 크게 나아졌기 때문에 경질 이유를 알기 어려웠다.


권순찬 전 감독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여일 전 단장 포함 선수 기용 문제를 놓고 윗선의 개입이 있었다”고 밝혔고, 김연경도 윗선 개입설에 대해 “설이 아니라 사실이다”라고 말하면서 진짜 이유가 드러났다.


신용준 신임 단장은 5일 첫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 앞에서 후폭풍 막기에 급급해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만 늘어놓았다. 윗선 개입에 대해 “개입이 아니라 (선수 기용)로테이션 문제를 놓고 이견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지만 선수들마저 “사실이다”라고 밝히면서 거짓 해명한 꼴이 됐다.


이것도 모자라 신 단장은 "유튜브에서도 주변에서도 (로테이션 기용에 대해)이야기를 많이 하더라"라는 귀를 의심케 하는 답변을 내놓아 실소를 자아냈다.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 KOVO

흥국생명은 선수들에게나 팬들에게나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김연경은 “배구계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부끄럽다. 이런 팀이 또 있을까 싶다. 참 부끄럽다”는 말까지 했다. 팬들도 납득할 수 없는 결정으로 팀 분위기를 망가뜨린 구단에 등을 돌리면서 “우리는 선수들을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팬들은 흥국생명이 아닌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 “우승을 위한 결정이다” 등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려운 해명으로 일관하는 흥국생명은 김연경이라는 거대한 호재를 안고 호사를 누리다 스스로 최악의 길로 빠져들고 있다.


구단이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이런 저런 갈등과 불만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갈등이 표면화 되어 선수들이나 팬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정도라 위기를 관리하지 못한다면 프로 구단 운영 주체로서 자격 미달이다.


이런 사태를 초래한 사람들은 흥국생명의 팀 분위기를 망가뜨린 것을 넘어 V-리그 품격과 가치를 훼손한 것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


지난 시즌까지 수석코치를 지냈던 김기중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지만 팀 분위기 수습은 쉽지 않아 보인다. 김기중 감독은 6일 “‘경기 운영에 관해서는 구단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확답을 받았다. 선수단과 오늘 만나는데 두려움이 앞선다. 선수들이 마음을 열어줄지 모르겠다"며 무거운 마음을 전했다.


전날 김연경은 "회사(구단)는 말을 잘 듣는 감독님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나. 다음 감독님 오신다고 해도 신뢰할 수 있는 부분이(있을지 모르겠다)..감독이 누구를 위해 선임되고 경질되는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나타내 선수와 구단의 대립 구도는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자배구의 큰 흥행 카드인 흥국생명이 주저앉을 위기에 놓였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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