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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20년 말쟁이' 김준호의 진심, 그가 껌을 삼키는 이유


입력 2023.01.10 13:05 수정 2023.01.10 14:44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입 밖으로 깨끗한 것만 뱉으려는 노력

"말을 가꾸면 삶이 바뀝니다"

책 '좋은 사람이 좋은 말을 한다' 출간


OBS 아나운서 김준호 ⓒ아하 출판사 '포르체' 제공

20년차 아나운서 김준호가 '말하기'에 관한 책을 냈다.


앵커로서 OBS에서 7년간 한 프로그램 '뉴스 오늘'을 1500여 회 이끌었고, 현재 'OBS 뉴스원'과 '인사이드 스토리'를 잔행 중인 아나운서가 낸 책이니 올바른 발음과 발성에 관한 효과적 스피치 테크닉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나운서를 지향하거나 이미 방송에 입문한 이들에게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은 분명하지만,김준호는 보다 근본을 파고들었다. '어떻게 해야 좋은 말을 할 수 있을까'에 관한 근원적 물음에서 출발한다.


생각해 보면 수어를 포함해 '말은 인생이다'라고 할 만큼 말, 소통은 우리의 삶에서 중요하다. 내 뜻과 감정을 오해 없이 잘 전하고 상대의 반응을 보고, 상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해 내 반응을 온전히 보여 주는 '연속의 액션과 리액션' 속에 살고 있다. 우리는 꿈속에서조차 매끄러운 소통을 꿈꾼다.


김준호의 책 '좋은 사람이 좋은 말을 한다'가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책인 배경이다. '말은 타인을 향한다', 책에 나오는 표현을 차용하자면 김준호의 책은 매일 말하며 사는 우리 모두를 향해 세상에 나왔다.


지난 8일 책을 살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서점들의 잔고를 확인하면서 놀랐다. 출간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책이 교보문고 자기계발서 50위권 안에 들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이유가 짐작됐다.


한 줄 한 줄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었고, 소통이나 인간심리에 관한 이론이나 유명 일화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성장 배경이나 일상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담백하게 열어 보였다. 깊은 사귐을 나누거나 오랜 친구에게 할 법한 이야기를 우리 앞에 솔직하게 말하니 '진심이 통했다'.


"2년 정도 쓰고 출판사(포르체)랑 6개월 조율해서 나온 책이에요. 먼저 그동안 대학이나 기업, 방송아카데미 등에서 강의했던 원고를 A4 200페이지로 정리했어요. 강의 내용에서는 꼭 필요한 것만 발췌하고, 일상에 기반한 에세이 느낌을 살리려 새로 썼습니다."


집필 기간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2년 반의 산통. 무엇인가를 긁어오거나 검증된 이론과 팩트를 요약하고 정리한 느낌 없이 한 땀 한 땀 정성을 담아 쓴 글 같았던, 책을 보면서 받은 인상이 괜한 게 아니었다.


말을 업으로 사는 김준호는 왜 '말하기 기술'을 담은 책을 내지 않았을까. 방송아카데미 등에서 스피치 교과서로 쓰이면, 그렇지 않다 해도 현역 방송인의 20년 노하우라면 예비 방송인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지 않을까. 말에 관한 책이지만, '좋은 사람이 좋은 말을 한다'는 인간 관계와 심리, 인생에 관한 책이다.


"스피치 스킬 책 많아요. 그리고 제 근본적 생각이랄까 언어 철학과도 맞지 않습니다. 스피치 기술은 현장에서 호흡하며 알려줘야 의미 있지 책으로는 의미 없어요. 이렇개 발음해라, 이렇게 말해라, 사람마다 성량도 발음구조도 달라서 케이스 바이 케이스예요. 근원적이고 근본적인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밑바탕에서부터 노력할 부분을 철학적으로 알려주는 게 진정한 '말하는 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방송인뿐 아니라 일상을 사는 누구나 알아두면 좋다고 생각해요. 발음, 발성법 덜 좋아도 말 자체만 예쁘면 일상에 효용이 있거든요. '말 어떻게 하고 살아야 하나'라는 게 제 인생의 화두이기도 하고요."


저자 김준호는 책에서 말한다. 어떻게 말하는 사람인가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준다. 새삼, 말에 대한 발견의 의미가 있는 말이다.


"30대 초반부터 돈 벌러 사설학원에서 초등생, 대학생, 취업준비생, 아나운서 준비생 등을 가르쳤어요. 실기시험이든 면접이든 짧은 시간 안에 말을 통해 나의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하는 거잖아요, 수업의 과정에서 또 합격의 결과를 보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든 생활의 실효성 측면에서든 기본적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라는 바탕이 중요하더라고요. 저도 수업 방식을 바꿨지요, 스킬을 줄이고 살면서 어떤 게 중요한지를 알려주자. 3시간 수업이면 1시간은 이 얘기를 했어요. 항의하고 나가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결국 방송에 입문하지 못했고요."


"길게 얘기했지만, 제가 또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하며 체득해야 말이 현장에서 힘을 발휘하는구나'라는 걸 체득해 온 시간이었습니다. 말하기 기술보다는 인생입문서로서, 자기계발서로서 뜻이 되는 책을 내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말을 되돌아보며 고민할 수도 있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의 답을 얻을 수도 있고,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함께 나누는... 그런 것들을 다 담을 책은 없을까, 욕심내 봤습니다."


책 표지 ⓒ

욕심뿐이었다면 저자 인터뷰를 자청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성'으로 지은 책이다.


"열 번을 새로 썼어요. 제 컴퓨터 안에 서로 다른 제목으로 열 개의 폴더가 있어요. (웃음) 열두 군데서 까였어요. 대기업, 큰 출판사부터 문을 두드렸는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제일 많이 들은 이야기는, 제가 다 써서 보내니까 오히려 싫어해요. 제 거 그대로 내보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표하시더라고요. '듣보' 아나운서이니 뭔가 새로 콘셉트도 잡아주고 상업적으로 효과 있게 리라이팅 하는 방향을 원하더라고요. 포르체 출판사는 감사하게도 제 말, 제 글을 그대로 출판해 주시겠다고 해서 책을 낼 수 있게 됐습니다."


꼭 묻고 싶은 게 있었다. 먼저 바탕부터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말이 나온다는 진리, 그것을 뒤집어도 성립할까. 좋은 말을 하면 좋은 사람이 될까. 그것이 가능하다면 저자가 말하는, 상대 이야기에 먼저 귀기울이고, 상대의 정서 상태를 살펴, 공감의 언어를 통해 상대와 나의 관계에 다리를 놓아, 말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세상을 살면 매일의 일상의 행복할 것 같다. 그런데 덤으로 나 또한 그 과정 속에서 좋더 좋은 사람이 된다면 좋지 아니한가.


"적어도 제 삶에서, 일상에서 그렇게 살려고 노력해 왔고 경험하고 느낀 바를 책에 말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런 노력을 해 왔어요. 어릴 때 부잣집 아들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실제론 집 가난한데 공부는 잘하니까 그렇게들 보셨나 봐요. 제 부끄러움을 보여주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옷도 신발도 늘 깨끗이 빨아 입고 신었어요. 말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옷이나 신발처럼 입 밖으로 내놓는 말도 깨끗이 하려 한 거죠. 절대 욕하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어느 정도의 결벽이었나 하면 심지어 지금까지도 껌을 삼키거든요, 씹던 껌을 뱉지 않는 것, 입 밖으로는 깨끗한 것만 뱉으려는 노력인 거죠. 껌이 식도에서 녹아서 위로 내려가개 만들어진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죠(웃음). 엉뚱한 얘기 같은데, 원칙 세우고 비뚤어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게 거창한 게 아니더라는 말씀을 드리는 거예요. 작은 행동들을 꾸준히 실천해온 게 비결이라는 거고요, 책에 있는 표현을 빌면 '극적 행동을 반복해라'와 맥이 닿습니다. 언어철학이 먼 것 같지만 말이라도 정갈히 하려 노력하면 사회생활에서 자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서두에 밝혔듯 제법 판매 순위가 높다.


"처음 쓴 책이고, 제가 연예인도 아니고 유명 아나운서도 아닌데 교보에서 30~40위권에 있더라고요. 놀랐죠. 평소 이런, 말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시는 분들 있나 보다 싶고, 감사한 마음이에요.몇 십만부 팔리지 않아도 서점 한쪽 구석에 계속 놓일 수 있을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해요, 그러면 됐죠."


베테랑 '말쟁이', 말하기 전문가가 빼꼭히 담아 놓은 40가지 말하기 비법. 40번째 '영화는 봉준호, 뉴스는 김준호'를 비롯해 그중 무엇이 책 제목이 돼도 손색 없는, 고심이 담긴 부제들이 눈길을 끄는 가운데. 얄궂은 질문을 했다. 저자로서 가장 필독을 권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음, '박카스 한 병의 철학' 편이에요. 책에는 제가 지하철 타고, 택시 타고 다니며 만난 분들에 관한 에피스드도 담겨 있는데요. 한 택시 기사 분께서 승객들에게 음료를 한 병씩 건네시는 거예요. 택시값을 더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오늘 하루 힘내셔라, 오늘도 수고하셨다, 그런 마음을 담아 주시는 '위로 한 병'이잖아요. 이타심이죠. 코로나19로 힘들고 경기도 어려우면서 우리가 좀 짜지고 박해지고 있어요, 남보다 내가 우선이고요. 이런 때여서 이렇게 '그냥 주는' 게 소중한 거죠."


"같은 맥락에서, 밥값 먼저 계산하는 사람은 돈 많은 사람이 아니고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말도 그런 것 같아요. 나 먼저 그냥 좋은 말 하고, 되돌아오는 걸 기대하지 말고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거죠. 상조나 결혼식, 내고 온 것에 대해 생각지 않고 진심으로 위로하고 축하하러 가는 거죠. 감사 전화나 답례품을 바라면 서운해져요. 내가 뭘 해준다고 생각하지 않고, 주고 끝난다 생각하면 행복해지지 않을까, 갈등이 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말을 한다'의 저자 김준호는 12일 오후 9시 유튜브를 통해 진행할 '북토크'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100여 명이 신청한 상태이고, 200명 한정이라고 하니 서두르자. 진솔한 이야기, 공감언어로 말 잘하는 사람과 따뜻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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