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I 6%대 진입 발표시 랠리 지속 무게
추정치 상회시 충격…긴축 강화 가능성
새해 첫 미국 소비자물자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감에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긴축 우려는 여전하나 시장에선 낙관론이 팽배한 모양새다.
증권가는 실제 CPI가 추정치(컨센서스)와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열어두며 기대감이 무너질 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12일(현지시간) 미국의 12월 CPI 발표를 앞두고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전년 동기 대비 6.6%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월(7.1%)보다 상승 폭이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예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NH투자증권은 미국 CPI가 올 3월까지 빠르게 둔화돼 5%를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시장에 참여하는 경제 주체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 및 가계 등이 예상하는 미래 물가상승률인 기대 인플레이션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최근 12월 소비자 전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1년 후 기대인플레이션 5.0%로 이전치(5.2%)보다 0.2% 하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21년 7월 이후 최저치다.
인플레 완화 기대감을 반영하듯 증시는 연초 랠리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개장 이후 전일까지 5.14%(2236.40→2351.31) 급등했다.
실제 미 12월 CPI가 추정치와 유사하거나 하회한다면 연초 랠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미 12월 고용지표가 무난히 지나간 상황을 고려하면 증시 단기 방향성이 우호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두 달 연속 근원 CPI 하향 안정화가 확인된 가운데 물가의 상방 리스크였던 임금, 서비스 물가 안정화의 신호 역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업활동 중심 경기둔화 압력은 가시화되고 있고 물가 또한 안정세가 강화될 공산이 커졌다”며 “12월 미 CPI가 앞선 두 달과 같이 예상을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실제 CPI가 추정치를 벗어난다면 ‘토끼랠리’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코스피는 8월 미 CPI 발표 이후 충격으로 변동성이 확대된 바 있다.
불안 요인은 관측된다. CPI와 달리 12월 근원 CPI 추정치가 떨어지지 않고 있어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2월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5.7%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1월과 비교하면 0.3% 상승이 예상된다.
근원 CPI가 상승세를 지속할 경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상 폭을 0.25bp(1bp=0.01%)가 아닌 0.5bp 인상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이는 투심을 위축시킬 요인으로 지목된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최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시장의 피벗(Pivot·정책전환) 기대에도 인플레 억제를 위해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1월 증시는 FOMC 전까지 연준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가져온 증시 추위로 변동성에 노출되는 장세”라고 말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골디락스(이상적인 경제 상황)’는 아니라는 생각”이라며 “임금 상승세 둔화와 인플레이션 약화는 단기 반등을 더 끌고 갈 요소이지만 통화정책 전환을 불러올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