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손흥민 개인트레이너의 SNS 글에 공식 입장 표명
카타르월드컵 기간 중 선수들과 협회 사이 갈등 드러나
의무팀장 귀국 강요한 일부 선수들은 비난 피하기 어려울 듯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의 감동을 뒤로하고 대회 기간 중 일부 선수와 대한축구협회 간에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또 다른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10일 홈페이지를 통해 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의 개인 재활 트레이너로 알려진 안덕수 씨의 SNS에 글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안덕수 씨가 지난달 7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협회를 질타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이 사태의 시작이었다.
당시 안 씨는 “(국가대표팀 숙소) 2701호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며 “이번 일로 인해 반성하고 개선해야지 한국 축구의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안 씨가 선수들을 보살피는 과정에서 카타르 현지 숙소 체류에 대한 협회의 지원은 없었고, 비용을 손흥민 측에서 부담한 것으로 알려져 협회가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에 협회도 SNS글이 올라온 뒤 약 한 달 여 만에 공식 입장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다만 협회가 발표한 입장문에는 일부 선수들이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안덕수 씨의 의무 스태프 합류를 반대하는 핵심 인물이라는 이유로 협회 의무팀장 A씨의 업무 배제와 귀국 조치를 요구했다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다.
특히 선수들은 자격증이 없는 안 씨를 의무 스태프로 채용할 수 없다면 장비 담당자라든가, 다른 직책으로 등록해 놓고 의무 활동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제안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현지에 파견된 협회 지원 인력 상당수가 “아무런 잘못이 없는 A의무팀장을 귀국 조치한다면 우리도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내부적으로 심각한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협회는 알렸다.
관련 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았던 트레이너의 고용을 위해 반대하는 사람의 지위를 박탈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편법을 제안한 것은 월권행위나 다름없다. 특히 목소리를 높인 것은 주전급 선수일 가능성이 높아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협회는 해당 선수들에 대해 “합법적인 채용 절차를 인정하지 않고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태도는 온당치 못했다. 또 극히 일부이긴 해도 의무 스태프와 협회 직원을 향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도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알려진 내용이 다소 충격적이긴 하나 어디까지나 협회의 입장이다. 안 트레이너나 일부 선수들의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
협회는 “해당 문제를 계속 수면 아래로 둔 상태에서 협회 내부적으로만 수습하고자 할 경우, 오는 3월로 예정된 대표팀 소집 때 비슷한 오해와 언론 보도가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생겼다”며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이로 인해 일부 선수들은 자신들의 공식 입장을 표명하기 전까지 뜻하지 않은 오해를 받게 됐다.
이번 사태로 국민들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여부를 떠나 월드컵 기간 중 일부 선수와 협회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제 수면 위로 드러난 팩트가 됐다.
안 트레이너와 일부 선수들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16강 진출의 감동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싶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사태가 서로를 향한 폭로전 양상이나 갈등으로 흐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