羅-오세훈, 만찬 회동서 "수도권 승리 중요"
오전엔 '이승만·박정희·김영삼' 묘역 참배
당내선 "수도권·중도층, 정통보수 동시 공략
행보" 분석…羅 "출마여부 尹 귀국 후 결정"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가 유력한 나경원 전 의원이 16일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하며 당심 구애 행보에 나섰다. 나 전 의원은 이날 하루 동안 정통 보수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찬 회동을 가지는 일정을 동시에 소화하면서 정통 보수층과 수도권·중도층 표심을 동시에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서울 모처 식당에서 오후 7시부터 1시간15분가량 오 시장과 만찬 회동을 가졌다. 나 전 의원이 여권 내 인사와 공식적으로 회동한 건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에서 해임된 이후 처음이다.
당내에선 나 전 의원이 오 시장과 회동한 이유로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수도권 당대표론'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수 기준 전국 최대 광역자치구이자 수도권 공략의 핵심지역으로 평가받는 서울특별시에서만 4선을 지낸 오 시장은 정치권에서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외연 확장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는다.
나 전 의원과 오 시장의 회동에서도 실제로 '수도권 승리'가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나 전 의원은 오 시장과의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가 중요하지 않겠나. 가장 중요한 게 수도권 승리"라며 "서울의 여러 현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전당대회 상황이나 당의 여러 모습과 당의 상황, 우리 정부의 성공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나 전 의원이 벌써부터 수도권과 중도층에 대한 관리에 돌입한 건 소위 '비윤(非尹)계'로 평가받는 유승민 전 의원·이준석 전 대표 쪽 당원들의 표심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부터 당대표 선출 기준이 당심 100%로 바뀐 만큼 국민의힘을 지탱해 온 정통 보수층 당원뿐 아니라 유승민·이준석의 영향으로 유입된 개혁보수를 앞세운 당원들의 표심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이를 선점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에게 온건한 보수 이미지가 있는 만큼 이준석 전 대표 쪽 표심이 오 시장을 향할 수도 있다"며 "역대 전대 투표율이 50%를 넘긴 적이 없는 만큼 유승민·이준석계 표심이 전략적으로 움직일 경우 전대판을 흔드는 결과를 낼 수도 있어 모든 당권 주자가 오 시장을 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나 전 의원은 정통보수층의 표심을 겨냥한 행보에도 나섰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의 묘역과 독립유공자묘역, 무명용사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통상 현충원 내 역대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건 대선 후보나 당대표 출마자들의 출마 전 사전 코스나 다름없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묘역 참배 사진과 함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우리 보수의 자랑스러운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저는 지금껏 흔들림 없이 정치를 해왔다. 우리 당 원내대표로서 공수처, 독재선거법 막기 위해 우리 당을 이끌고 온몸을 내던져 저항하고 투쟁했다"는 메시지를 내고 자신이 보수 대표주자임을 피력했다.
이어 나 전 의원은 "좌파가 가장 집요하게 공격하고 물어뜯는 정치인이 바로 나다. 말 그대로 정통 보수이기 때문"이라며 "한 번도 당을 떠나본 적 없는 보수의 원류라고 자신할 수 있다. 앞으로도 보수의 가치를 지키고, 자랑스러운 보수를 만들기 위한 저의 길은 계속될 것이다. 오늘 세 분의 전직 대통령님 앞에서 그 약속을 말씀드렸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존 정통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평가받는 윤석열 대통령과 완전히 결별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낸 부분도 정통 보수층의 표심을 인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오 시장과 만찬 회동을 위해 찾은 서울 모처 식당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권을 다시 빼앗겨선 안 된다 생각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친윤이 돼야 한다. 죽었다 깨어나도 반윤(反尹)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당대표 출마 선언 시기를 윤석열 대통령 순방 이후로 미루고 있는 상황 역시 자신의 출마 이슈로 윤 대통령의 순방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를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나 전 의원을 돕고 있는 박종희 전 의원은 이날 '20일에 당권 도전을 공식화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즉각 "근거없는 낭설이고 윤 대통령께서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후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나 전 의원은 내일(17일) 보수성지인 대구를 방문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나 전 의원의 출마 결심은 선 것 같다"며 "선거라는 게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만큼 선거와 정치에 경험이 많은 나 전 의원 입장에선 모든 상황을 다 고려해보겠다는 게 당연하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