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양사 합산 영업익 예상치 16조3211억원
3분기 품질비용 2조9000억원 없었다면 20조 육박
올해 판매 10% 확대 목표…수익성 유지 여부는 불투명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3분기 대규모 품질비용 충당금 지출이라는 악재만 없었다면 양사 도합 영업이익 20조원 고지를 바라볼 수도 있었지만, 그걸 반영하고도 신기록을 달성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해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액 142조989억원, 영업이익 9조43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8% 및 41.2%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기아는 24.5% 증가한 86조9744억원의 매출과 36.0% 증가한 6조888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됐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매출과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다. 두 회사의 합산 매출은 229조733억원, 합산 영업이익은 16조321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회성 요인이 없었다면 최고기록의 숫자가 더 높아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현대차는 지난해 3분기 세타2 엔진 관련 품질비용 충당금으로 1조3600억원을 반영했다. 기아 역시 3분기 같은 내용으로 1조5400억원의 비용을 반영했다. 양사 도합 2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 비용을 제외하고 그만큼의 영업이익이 추가됐다고 가정하면 양사 도합 20조원의 영업이익을 바라볼 수도 있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반도체 수급난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해 판매량 자체가 신통치는 못했다. 현대차는 전년 대비 1.4% 증가한 394만4579대, 기아는 4.6% 증가한 290만3619대를 각각 판매했다.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차질이 절정이었던 2021년 판매가 크게 부진했던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수치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다. 지난해 판매목표(현대차 401만대, 기아 315만대) 달성도 실패했다.
그럼에도 현대차·기아가 역대 최대의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역설적으로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이 꼽힌다. 현대차·기아 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일제히 차량용 반도체 칩 부족으로 생산차질을 빚으면서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지난해 10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브랜드 경쟁력 강화 및 상품력을 전제한 제값받기 정책과 가격의 원활한 인상, 인센티브 효율적 집행 등으로 한계이익이 크게 개선됐다”면서 “4분기에도 인센티브 효율화 부분이 지속되며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었다.
여기에 제네시스 브랜드 차종과 SUV 등 고가 차종 위주의 판매믹스 개선으로 현대차와 기아가 경쟁사들에 비해 더 좋은 수익성을 챙길 수 있었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반도체 수급 정상화에 힘입어 판매실적에서도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대비 9.5% 증가한 432만1000대를, 기아는 10.2% 증가한 320만대를 각각 올해 판매 목표로 세웠다.
지난해 쌓인 출고대기물량이 상당한 데다, 전용 전기차 모델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고, 다수의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까지 예정돼 있어 판매와 매출, 영업이익까지 모두 큰 폭의 성장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 불황과 고물가, 고금리 추세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미출고 계약물량이 대거 취소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은 위협 요인이다.
최근 전자업계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수요 부진으로 재고가 쌓일 경우 주요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고, 인센티브 비용 증가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는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차질로 공급자 우위 시장이 만들어지며 원자재가 상승 등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지난해 완성차 업체들이 높여 놓은 가격을 불경기에 놓인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